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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추다희는 허이설의 펜 끝이 살짝 멈칫하는 걸 봤다. 박루인은 속으로 호기심이 불타올랐지만 떠들 곳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옆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고 무음으로 설정한 다음 추다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너 진짜 제하랑 사귀어?] 박루인은 이 상황이 좀 어색했다. 허이설이 예전에 용제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추다희가 용제하와 사귀게 된다면 허이설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사귀는 건 아니야.] 추다희가 답장을 보냈다. 그 문자를 본 박루인은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특히 조심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말은 사귀기 직전이라는 뜻이 아니야? 방금 제하가 다희한테 문자를 보냈다고 했어. 설마 제하가 다희한테 대시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박루인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허이설을 몰래 힐끗거렸다. 허이설이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 박루인의 시선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잔머리와 길게 드리운 속눈썹만 보였다. 공부에 완전히 몰두한 모습이었다. 박루인의 휴대폰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이따가 제하가 나 만나러 오는데 이설이 보면 마음 아플까 봐 걱정이야. 어떡하지?] 박루인이 속으로 헉 소리를 냈다. ‘이거... 좀 자극적인데.’ 그녀의 시선이 추다희에게 향했다. [여길 오라고 하면 어떡해? 진짜 어색할 텐데.] [어디 있냐고 물었는데 내가 깜빡하고 그냥 말해버렸어...] [우리 자리 바꿀까?] 박루인이 우리라고 한 이유는 그녀 역시 잘생긴 용제하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곧 올 텐데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추다희가 다시 문자를 보냈다. [나 좀 도와줄래? 이설이한테 제하가 곧 온다고 말해줘. 이설이가 제하 보기 싫으면 알아서 말할 거야. 나 지난번에 이설이랑 좀 어색해져서 직접 말하기 좀 그렇거든.] 박루인이 고개를 들어 오케이 사인을 보내더니 이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기 이설아, 이따가 제하가 온대.” 허이설의 펜 끝이 멈추더니 고개를 들고 물었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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