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용제하는 어릴 때부터 돈이 부족했던 적이 없었고 뭐든 제일 좋은 것만 골라 샀었다. 그런 사람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300원짜리 물을 샀다.
“콜록...”
너무 놀란 나머지 헛기침이 나왔다.
“굳이 이렇게까지 돈 아껴줄 필요는 없어. 2400원 정도는 나도 있어.”
용제하는 이미 물병을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계산대 여직원은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물병을 스캔한 뒤 손으로 계산대를 짚으면서 말했다.
“맛있는 음료 사줄까요?”
용제하는 시선을 직원에게로 돌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를 올리며 웃더니 물병을 집어 들고 허이설을 쳐다봤다.
“됐어요.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서요.”
허이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용제하가 말했다.
“돈 안 낼 거야? 진짜 얼굴이라도 팔란 말이야?”
허이설은 계산대 여직원의 어색한 시선 속에서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결제했다.
가게를 나와서야 옆에 서 있는 용제하를 보며 말했다.
“방금 왜 그렇게 말했어?”
허이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저기서 사람을 홀리는 게 취미야?”
용제하는 물병을 쥔 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사람을 홀린다고?”
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네 눈엔 사람 홀리는 거로 보였어?”
‘좀 보수적이네.’
허이설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됐어, 됐어. 어쨌든 빚도 갚았으니 이걸로 끝이야.’
“이만 갈게.”
용제하가 실눈을 뜬 채 웃으면서 가볍게 말했다.
“빠이빠이.”
그 한마디에 허이설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세상에나. 어디서 저런 여우가 나왔을까?’
허이설은 용제하를 더 봤다간 얼굴이 델 것만 같아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휙 가버렸다.
하지만 두 걸음도 가기 전에 용제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직 2100원 남았어.”
‘뭐가 2100원이라는 거야? 2100원?’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허이설은 십여 초간 멈춰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너... 일부러 그런 거였어?”
“아닌데?”
용제하가 손을 들어 올렸다.
“이거 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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