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의사는 허이설을 진찰한 후에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간호사더러 그녀를 데리고 CT를 한 번 더 찍으라고 했다.
허이설을 밀고 나간 간호사가 바로 그날 편지를 전해줬던 그 간호사였다. 병실을 나오자마자 간호사는 고개를 숙이고 허이설의 귀에 속삭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꼭 말해줘야겠어요. 이설 씨 남자친구 완전 바람둥이예요.”
허이설이 고개를 들자 간호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금 의사 선생님이 말한 그 사람 있잖아요. 옆 병실 환자의 남자친구. 어제 저랑 동료가 보러 갔는데 이설 씨 남자친구더라고요. 양다리예요, 양다리.”
허이설은 멈칫했다. 의사가 말했을 때 이미 추다희를 간호해준 사람이 용제하일 거라 짐작했지만 간호사에게서 직접 들으니 충격이 훨씬 더 컸다.
간호사는 그녀를 엘리베이터로 밀고 갔다.
마침 한 병실을 지나쳤는데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다른 간호사가 수액을 교체하러 들어가는 중이었다.
허이설을 밀던 간호사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저기 봐요.”
허이설이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봤다.
반쯤 열린 문틈으로 벽에 기대 앉아 있는 용제하가 보였다. 긴 다리를 느슨히 뻗어 있었고 무릎 위에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간호사가 추다희에게 주사를 교체하는 동안 그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얼마나 조화롭고 따뜻한 장면인가. 그런데 그의 무릎 위에 있는 노트북은 허이설의 것이었다...
허이설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봤죠? 절대 남자한테 목을 매면 안 돼요.”
간호사는 그녀를 엘리베이터 앞에 세우고 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충고에 허이설은 알겠다고 낮게 대답했다.
의사가 CT 결과를 보더니 상태가 악화되진 않았다고 했다. 매일 걷는 시간만 조절하면 오늘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허영천이 퇴원 절차를 밟으러 왔다. CT 사진과 결제 영수증을 챙긴 뒤 허영천은 허이설을 밀고 병실을 나갔다.
허이설이 갑자기 돌아보더니 허영천에게 말했다.
“오빠, 부탁이 하나 있어.”
...
병실 안, 추다희는 침대에 기대 물을 조심스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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