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그 시각.
김지유와 김혜주는 내내 말없이 앉아 있었다.
서로의 시선이 잠시 마주치더니 조용히 거실을 벗어나 2층 베란다로 향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아무 말 없었고 가슴속에는 묘한 답답함만 쌓여 갔다.
분위기는 무겁고 냉랭했다.
“김우연은 원래 정원대학에 갈 수 있었잖아. 그런데 우리는 막지 않았어.”
고개를 숙이며 김혜주가 낮게 말했다. 그 얼굴에는 깊은 무력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이미 지난 일이야. 앞으로는... ”
김지유는 고개를 저었다.
“김우연은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더 나아. 멀리 갈수록 오히려 그 애한테 해가 될 거야.”
“평범하게?”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김혜주가 말했다.
“언니, 명헌이가 졸업하고 나면 김씨 가문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어떻게 되긴, 김씨 가문은 여전히 김씨 가문이지.”
김지유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담담히 대답했다.
“아니, 아빠가 명헌이를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면 앞으로 김씨 가문에서 가장 큰 권력을 쥐는 건 그 부자 두 사람이야.”
김혜주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그때가 되면 우리 자매는 모두 내쫓길 수도 있어. 정말로 생각해 보지 않은 거야?”
눈빛이 차갑게 흔들리며 김지유가 대답했다.
“왜? 너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때 왜 나서서 막지 않았어? 우리 생각이 달랐던 거야?”
“이제 와서 뒷북 치지 마. 너랑 나, 다 똑똑한 사람이라는 거 잘 알잖아. 이런 말 하는 이유도 결국 나더러 앞장서서 나서라는 거고.”
김지유의 목소리는 점점 단호해졌다.
“혜주야, 우리는 처지가 다르니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어.”
그녀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먼 미래보다 지금만 생각해. 지금 김씨 가문이 무너지게 둘 수는 없어.”
그 말에 김혜주도 더는 반박하지 않았고 서로 진심을 털어놓은 셈이었다.
두 사람 다 김씨 가문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았지만 방향은 달랐다.
김지유는 지금을 위해, 김혜주는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있었다.
김지유는 김우연이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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