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화

“서연이가 임신한 건 우리 집안의 큰 경사야. 요즘 잠을 설친다고 하길래 생각해봤는데 아마 그 방이 햇빛도 잘 안 들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네가 쓰는 본채는 채광도 좋고 제일 쾌적하잖니.” “어차피 넌 지금 아이 가진 것도 아니니까 당분간 서연이한테 내주고, 애 낳고 나서 다시 바꾸든지 하는 게 어때?” 김선희가 다급히 앞으로 나섰다. “본채는 사모님이 늘 지내시던 곳인데 그걸 양보하라니, 너무 부당하지 않아요?” 윤명자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우리 집에 시집온 지 벌써 3년이 됐는데도 아직 임신을 못 했잖아. 내가 하준한테 이혼하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봐준 거야. 뭘 더 바라는데?” “지금 서연이는 강씨 가문의 장손을 품고 있어. 잠시 자리 좀 내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 이서연이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살짝 짚었다. “어머님, 그런 말씀 마세요. 저는 어디서 지내도 다 괜찮아요. 조금 불편하긴 한데 참으면 돼요.” “다온 씨랑 하준이야말로 법적 부부잖아요. 제가 어떻게 동서랑 남편을 다툴 수 있겠어요? 저는 그저 하준의 아이를 무사히 낳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말을 마치는 순간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소파에 다시 앉을 때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 강하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봤다. “정다온, 그냥 방 한 번 바꾸는 건데 네가 양보해. 서연이는 지금 임신 중이라 몸이 약해. 애 낳고 나면 바로 짐 빼라고 할 테니까 그때 가서 네가 다시 본채 쓰면 되잖아.” 임신한 형수를 위해 자기 아내에게 본채를 내주라니. 이 일이 밖으로 새기라도 하면 온 세상이 나를 비웃을 게 뻔했다. 그야말로 명백한 모욕이었다. 물론 그들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강하준은 끝내 밀어붙였다. 단지 이서연이 자기 아이를 품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정다온, 이틀 안으로 짐 정리해. 서연이도 빨리 들어와서 태교해야 하니까.”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몸을 곧게 세웠다. “오늘 안에 뺄게. 형님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그는 흠칫 놀라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까지 급할 필요야...” 이서연이 곧바로 웃으며 끼어들었다. “정말 고마워요, 다온 씨.” “하준아, 나 자두 먹고 싶은데 가져다줄래?” 강하준의 관심은 순식간에 그녀에게로 쏠렸다. “알았어. 아주머니한테 싱싱한 걸로 내오라고 할게.” 말을 마치고 다시 그녀의 옆에 앉아 한 손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다른 한 손으로 자두를 집어 입에 넣어 주었다. 나는 돌아서서 본채로 향했다. 그리고 뒤따라온 김선희에게 말했다. “내가 가져온 것들만 정리해줘요. 원래 여기 있던 건 하나도 건드리지 마세요.” 김선희는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모님이 줄곧 살아온 곳인데 왜 옮겨야 하죠? 너무 억울하잖아요.” 나는 목이 메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김선희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금방 지나갈 거예요.” 곧, 모든 게 끝날 것이다. 그날 밤, 강하준이 나를 찾아왔을 때 문 앞에 서서 미안한 말투로 사과했다. “다온아, 이번 한 번만 좀 참아줘...”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괜찮아. 어차피 한두 번 참은 게 아니라서. 차라리 잘 됐지, 이제 네 형수랑 마음 편히 지내면 되겠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버럭 화를 냈다. “고작 방 하나 옮겼다고 이렇게 비꼬냐? 정다온, 이제 철 좀 들어라. 사소한 일에 왜 이렇게 집착해? 서연이가 아기 낳으면 너한테 약속했잖아. 딱 하나만 낳게 하고, 그다음엔 우리 예전처럼 지내면 된다고.” 예전처럼? 아니, 이제 절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서연은 본채로 들어온 뒤로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 모든 일에 자신이 안주인인 양 굴면서 온종일 강하준에게 딱 달라붙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찾으러 오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유일하게 얼굴을 마주칠 수 있는 기회는 저녁 식사 시간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서연은 배 속의 아이를 핑계 삼아 강하준과 윤명자의 시선을 끌었다. 일주일이 지나 내 생일이 되었다. 그날 강하준은 드물게 이서연의 감시망을 피해 정원에서 나를 찾아왔다.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온아,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내가 제대로 보상해줄게. 강가에 요트를 예약해놨어. 오늘 밤 같이 나가서 불빛 축제도 보고 바람도 쐬자. 볼거리가 많아서 꽤 재밌을 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서연이 걸어오더니 수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준아, 너한테 줄 깜짝 선물이 있어.”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