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대단히 큰 착각을 해버렸다.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그간의 잠자리로 서이건 역시 어느 정도 마음이 동한 줄 알았다. 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감정 교류도 이뤄진 줄 알았다. 서로 같은 미래를 꿈꿔온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 그녀의 착각이었다. 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
서이건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아무렇게나 남에게 건네고 또 양보할 수 있는 값싼 인형일 뿐이었다.
애초에 기껏해야 잠자리 상대밖에 안 되는 여자가 그의 가족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휘몰아치는 생각 속 이루나는 갑자기 그에게 달라붙었던 자신의 지난날이 추하고 볼품없게 느껴졌다.
동시에 심장이 찔린 듯 아프고 점점 더 속이 울렁거려 그녀는 결국 차 문을 연 후 바닥에 주저앉아 눈앞이 다 흐릿해질 때까지 토하고 또 토했다.
가까스로 토를 마친 후 이루나는 잔뜩 초췌해진 채 다시 차에 올라탔다.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시동을 켜고 천천히 회사 앞을 벗어나 도로로 향했다.
운전 중에도 여전히 서이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그 말 때문에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오한이 들며 몸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을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이건은 냉혈한으로 소문난 비즈니스계의 거물이었으니까. 사람들 꼭대기에 선 남자가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리가 없었다.
서태준의 일로 이루나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서이건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마지막 순위... 아니, 애초에 순위에도 든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서이건은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그녀를 망설임 없이 서태준에게 양보할 수 있는 남자였다.
멍한 얼굴로 집에 돌아온 이루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마음도 괴롭고 머리도 복잡해 그녀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자정이 넘어갈 때쯤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온몸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가 또 갑자기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것처럼 몸이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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