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하지만 서이건은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이 이루나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이루나의 겉모습은 예전 그대로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달라진 건 그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와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뿐이었다.
한 달 전에 모진 말로 상처를 준 일로 그녀는 그를 향한 감정을 전부 다 지워버렸다. 사랑이라는 감정뿐만이 아니라 그를 향한 분노의 감정도 지워버렸다. 애정도 분노도 사라진 지금 남은 거라고는 퉁명스러움 뿐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루나의 매달림으로 이어져 왔다. 이루나는 당돌하게 서이건을 협박하다가도 또 요부처럼 꼬셨고 그렇게 갖은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그와 인연은 이어 나갔다.
하지만 지금, 그녀와의 게임이 완전히 끝나버렸다.
이루나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다 거두어들인 채 그에게 평온과 자유를 돌려주었다. 분명 후련해야 하는 일인데 이상하게도 서이건은 그 평온과 자유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서이건은 두 눈으로 집요하게 이루나를 쫓았다. 그러다 그녀의 얼굴에서 끝끝내 감정을 찾지 못하자 거친 숨을 내쉬며 한 걸음 한 걸음 이루나 쪽으로 다가갔다.
이윽고 바로 앞까지 다가간 후 그는 큰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는 키스하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입술이 맞닿자마자 이루나의 손이 번쩍 올라가더니 그대로 그의 뺨을 내려쳤다.
짝!
이루나는 그의 뺨을 있는 힘껏 내려친 후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한 얼굴로 감정 없는 두 글자를 내뱉었다.
“꺼져.”
서이건은 갑자기 날아든 통증에 놀란 것도 잠시 이번에는 아예 이루나의 얼굴 전체를 잡아챘다. 그러고는 복잡함으로 가득 일렁이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이루나는 있는 힘껏 반항하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반항하면 할수록 그의 분노는 더욱더 커졌고 마치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사람처럼 더 거칠게 그녀를 다뤘다.
소파에 짓눌려진 이루나는 발을 마구잡이로 뻗으며 온 힘을 다해 그의 행동을 제지하려고 했다.
“미친 새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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