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경찰의 말에 이루나는 아주 잠깐 흠칫하더니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서이건이 그녀와의 관계를 그간 어떤 식으로 생각해 왔는지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단 한 번도 연인이나 여자 친구였던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파트너일 뿐이었다.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일이기도 했고 실제로도 그것뿐인 관계이기도 했지만 그걸 서이건이 경찰들 앞에서 대놓고 인정했다고 하니 이상하게 기분이 가라앉고 또 복잡했다.
이루나는 경찰에게 뭐라 더 얘기하려다가 서씨 가문의 인맥 앞에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할 것 같아 결국에는 흔쾌히 사인을 해주었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이거로 더는 그 남자와 엮일 일 없으니까.’
이루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홀가분한 얼굴로 경찰서를 나왔다.
...
한편 유치장에서 나와 사흘 만에 별장으로 돌아온 서이건은 아무것도 안 한 채 그저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다가 그날 밤 또다시 술을 진탕 마셨다.
다음날.
오후가 다 돼서야 정신을 차린 그는 서태준 생각에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서이건은 병실 앞에 도착한 후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문틈으로 서태준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던 때와 달리 지금의 서태준은 침대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열심히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의료진들의 극진한 케어 아래 그는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니지만 이제는 짧은 거리 정도는 걸을 수 있게 되었으며 음식도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의사는 서태준이 예전처럼 건강한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년은 재활에 힘을 써야 한다고 했다.
서태준은 손을 덜덜 떨면서도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힘에 부친 건지 거의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쿠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
그 모습을 본 서이건은 서둘러 그의 곁으로 다가가 팔을 부축해 주었다.
서태준은 부축을 받은 채 일어나려다가 상대가 서이건을 것을 보고는 혐오가 가득 담긴 표정을 지으며 그의 팔을 뿌리쳐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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