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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그러면 다행이고.” 고지훈은 똑같이 간단하고 직설적으로 잘난 척하면서 말했다. “나랑 사귀어볼 생각은 없어?” 이루나는 콧방귀를 뀌면서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내 남편이 허락 안 하면 어떡해?” “남편?” 고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래. 난 아들이 다섯 명이나 되는 유부녀야. 그래도 나한테 관심 있어?” 고지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맞받아쳤다. “다행이네. 마침 나도 유부녀를 좋아하거든.” 이루나는 자기가 꽤 막된 여자라 생각했지만 진짜 막돼먹은 사람 앞에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닫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그를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우연히 고개를 든 순간, 2미터쯤 떨어진 룸 문이 열렸다. 마주 보고 있는 자리라 무심코 안을 흘끗 쳐다보았는데 너무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서이건이었다. 마치 운명처럼 서이건도 고개를 들면서 서로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눈빛 교환도 잠시, 이루나는 금세 고개 숙여 아무렇지 않은 듯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음은 좀처럼 평온해질 수가 없었다. 아까 주차장에서 그의 차를 봐서 어딘가에 있겠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딱 맞은편 룸에서 고객들과 술자리 중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서이건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그녀의 맞은편에 어떤 남자가 앉아 있는 걸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이루나는 어차피 그를 신경 쓰지 않기로 해서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서로 갈 길이 다른데 영향받을 필요도 없었다. 이루나는 깊게 한숨을 들이마시고는 직원을 불러서 레드 와인 한 병을 가져오라고 했다. “술 마시고 싶어?” 고지훈은 의아하기만 했다. “나랑 같이 몇 잔 마시면 안 돼?” “그래.” 고지훈은 절대 술을 사양할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눈앞에 있는 여자와 마실 때는 더더욱 그랬다. 곧 직원이 다가와 오프너로 와인 뚜껑을 열어 두 사람에게 한 잔씩 따라주었고, 두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즐겁게 마시기 시작했다. 고지훈은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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