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화
이 말에 서이건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애써 기억을 더듬어보려 했지만 어젯밤 일은 진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고개 숙여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은서를 쳐다보았다.
“사실이야?”
서이건은 고열에 시달리고 힘없는 상태에서 별 감정도 없는 여자에게 덮쳤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런 걸로 왜 거짓말하겠어요.”
이은서는 여전히 이불로 몸을 감싸고 있었고, 얼굴은 마치 첫 경험을 잃은 것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어디서 나온 힘인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다친 상태라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뒀어요.”
이은서는 친근하게 그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달래주었다.
“걱정하지 마요. 저는 이런 거로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어차피 다 어른이고, 곧 결혼할 마당인데 진작에 이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이건 씨가 상처가 덧날까 봐 걱정될 따름이에요.”
“그만해.”
이제야 정신이 든 서이건은 이은서가 한 말대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순간 좀 화가 났다.
이은서와 약혼한 상태이긴 하지만 서이건은 애초부터 그녀를 그냥 친구처럼 대했다. 결혼 전에 그런 짓 할 생각도 없었는데 이렇게 된 거라서 마음이 좀 복잡했다.
다른 낯선 여자였다면 그냥 돈 좀 줘여줘서 보냈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루나와 이복 자매인 이은서는 달랐다. 만약 정말 이성태의 두 딸과 모두 잔 것이 사실이라면 도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당장 약부터 먹어.”
그는 이미 벌어진 일은 바꿀 수 없으니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을 미리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약이요?”
이은서는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피임약.”
이은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이건 씨,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아요? 저희도 이제 아이를 낳을 나이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서이건이 차갑게 말했다.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내 아이를 낳을 자격 없어.”
이은서는 그의 단호한 모습에 움찔하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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