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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30분 후, 차는 이씨 가문 별장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거침없이 거실로 들어선 그녀는 마침 다가오던 가정부를 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박희연 씨 집에 있나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이루나 때문에 주눅이 든 가정부는 조용히 손가락으로 위층을 가리켰다. “사모님은 2층 침실에 계세요.” 이루나는 곧장 계단으로 향했다. 이성태와 박희연 부부의 침실 문 앞에 이르자, 살짝 열려 있던 문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화장대 앞에서 열심히 치장하던 박희연은 쾅 하는 소리에 움찔하며 뒤를 돌아봤고, 이루나를 발견하자 표정이 굳어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거실에서 얘기해. 그래도 부모님의 침실인데 여기서 소란 피우는 건 좀 아니잖아?” 이루나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화장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위에 진열된 고급 화장품들을 전부 쓸어버렸다. 뚜껑이 열려 있던 에센스가 박희연의 치마 위로 쏟아지면서 가슴 부분을 축축하게 적시자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이 년이! 또 무슨 짓 하려고? 당장 나가지 못해?” 이루나는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봤다. “우리 병원 직원한테 돈 찔러주고 아무 죄도 없는 강아지 다섯 마리를 죽여요? 고작 나 망하게 하려고?”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꺼지라고 했지?” “참, 그 나이 먹고 아직도 더러운 본성 못 고쳤어요?” 이루나는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꼴 보기 싫으면 정정당당하게 나서지 그랬어요? 상장회사 회장이란 인간이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애꿎은 동물이나 죽이고, 진짜 추잡하고 더럽네.” 신랄한 비난에 박희연은 한 소리 하려다가 멈칫하더니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증거는?” 그러더니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아주 안하무인이더니,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며? 이번에는 그냥 맛보기야, 알겠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감히 누구한테 덤벼? 넌 아직 한참 멀었거든? 계속 도발하다가 내 마지노선까지 건드린다면 그땐 콩밥 먹을 줄 알아. 특히 네가 키우는 그 빌어먹을 개새끼!” 박희연은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뱉었다. “잘 간수하는 게 좋을 거야. 다음에 또 그런 일 터지면 잡아다가 그냥 보신탕으로...” 분노가 치솟은 이루나는 손을 뻗어 박희연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악!” 두피가 쥐어뜯길 듯한 고통에 박희연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몸부림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이루나는 손아귀에 점점 힘을 더했다. “야! 우리 엄마 놓지 못해?” 마침 위층으로 올라온 이원호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달려들어 이루나의 허리를 힘껏 걷어찼다. 힘이 어찌나 센지 그녀는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이루나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원호는 연이어 발길질을 날렸다. “감히 우리 엄마한테 손을 대? 너 오늘 잘 걸렸다! 네가 그렇게 잘났어? 어디 한 번 반항해 봐.” 이원호는 박희연과 이성태의 아들로, 평소 싸움에 말썽을 부리는 쓰레기 같은 놈이다. 지난주에 해외에서 허송세월하다 돌아온 참이었다. 이루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어느덧 눈앞이 깜깜해지고 입안에서 피비린내가 퍼졌다. 소란스러운 인기척에 이성태가 서재에서 뛰쳐나와 말리려 했지만 이원호는 미친 사람처럼 날뛰었다. 그리고 이루나를 질질 끌고 가 난간 쪽으로 들이받았다. 하필이면 며칠 전 이원호가 난간을 발로 걷어차서 부서진 상태라 아직 수리하기 전이었다. 이루나의 몸은 난간과 함께 2층에서 떨어졌다. “악!” 급속도로 추락하면서 저도 모르게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뜻밖에도 땅에 닿기 직전,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단단한 팔로 그녀를 받아냈다. 곧이어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결국 중력에 못 이겨 남자도 바닥에 쓰러졌고, 이루나의 몸은 근육질 가슴 위에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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