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화
병실을 나서자마자 복도 끝에서 고지훈이 담배를 끄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루나는 그를 마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 지금 집에 갈래. 더는 병원에 있을 필요 없을 것 같아.”
고지훈은 잠시 그녀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그는 조용히 이루나를 부축해 병원을 나왔지만 밤공기는 너무 싸늘했다.
차에 올라탄 그녀는 창밖으로 스치는 불빛을 멍하니 바라봤다.
얼마 후, 고지훈이 운전대를 잡은 채 물었다.
“오늘 일, 경찰에 신고할까?”
“아니.”
이루나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괜히 경찰력 낭비하는 거야. 요즘 경찰서 들락거린 것도 지겨워.”
“그러면 이 큰일을 그냥 넘긴다고?”
고지훈의 시선이 살짝 날카로워졌다.
“냉동고 문이 밖에서 잠겼다는 건... 누가 일부러 그런 거잖아.”
“맞아.”
이루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굳이 경찰이 나설 필요는 없어. 범인이 누군지 이미 알거든.”
“응?”
“내 동생. 같은 아버지를 두고 있지만 엄마가 다른 내 이복동생. 오늘 일은 걔가 한 짓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체념한 듯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신고해 봤자 걔 엄마가 어떻게든 막겠지. 그냥... 시간 낭비야.”
고지훈은 할 말을 잃은 듯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속도를 늦췄다.
그녀의 얼굴이 창밖의 불빛에 스치며 비쳤지만 아무 감정도 없는지 조용했고 너무 고독해 보였다.
“이루나.”
얼마 후, 고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나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아직 다 낫지 않은 다친 손으로 이루나의 손을 꼭 잡았다.
“앞으로는 내가 널 지켜줄게. 누가 네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면 그 대가를 열 배로 돌려줄 거야.”
그 말이 너무 진심 같아서 이루나는 오히려 불편해졌다.
그래서 고지훈의 손을 살짝 빼내며 시선을 돌렸다.
“고마워. 하지만 이건 내 일이야. 괜히 네가 엮이면 오히려 나만 더 부담돼.”
그녀는 창밖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넌 내 목숨을 구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