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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문 앞까지 따라 나왔지만 밖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고지훈이 떠난 자리에 남은 건 밤공기와 담배 냄새뿐이었다. 이루나는 잠시 문틀에 기대어 섰고 심장이 묘하게 아팠다. 그 남자는 오늘 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루나를 구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고지훈의 마음 하나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욕실로 돌아온 그녀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웠다. 증기가 피어오르고 온몸을 감싸는 온기가 서서히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찬 기운이 천천히 빠져나가자 그제야 심장이 다시 뛰는 듯했다. 눈을 감으니 차가운 냉기 속에서 느꼈던 절망이 다시 떠올랐다. 서이건의 품 안에서 들리던 마지막 숨소리, 그가 자신에게 생명의 틈을 내어주던 순간, 그 모든 게 너무 생생했다. 그의 심장이 멎던 찰나,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때의 공포가 아직도 가슴을 조여왔다. ‘이제는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목욕을 마치고 이불 속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기운이 다 빠져나가 있었다. 곧이어 눈을 감자마자 깊은 잠에 들어버렸다. 다음 날, 몸이 회복되고 머리가 맑아지자 이루나는 곧장 발상을 전환했다. 어젯밤의 일, 누가 자신을 냉동고에 가둔 건지 이젠 너무나 명확했다. 박희연과 이은서. 그 두 사람 말고 그런 짓을 할 인간은 없었다. 머릿속으로 하루의 모든 장면을 되짚었다. 오전에 회사에서 이은서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일과 밤에 이은서가 자신을 봤다고 말한 시간. 이은서의 말은 처음부터 덫이었기에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딱 맞았다. 냉동고 주변엔 CCTV가 없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 봤자 박희연 같은 사람이 발뺌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래. 그럼 나도 똑같이 갚아줄게.’ ... 오후 두 시,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이었다. 이루나는 이은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얘기 좀 하자.] 답장은 금세 왔다. [너랑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꺼져, 쓰레기 같은 년아.] 이루나는 피식 웃으며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어젯밤 나랑 서이건 씨 냉동고에 갇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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