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화
메시지를 보낸 뒤, 이루나는 이은서의 몸에 묶여 있던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증거가 될까 봐 미리 준비해 사용했던 약 냄새가 배어 있는 천 조각도 챙겨 들었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걸고 액셀을 힘껏 밟았다.
엔진이 켜지는 소리가 터져 나오며 차는 순식간에 도로를 가르며 사라졌다.
한참을 달리던 이루나느 어느 한 다리를 건너던 중 차를 세웠다.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준비해 두었던 도구들을 하나씩 꺼내 강물 속으로 던졌다.
약 냄새가 밴 천, 장갑, 자잘한 흔적들까지 모두 순식간에 거센 물살에 삼켜졌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이루나는 마음이 오히려 한없이 가벼워졌다.
죄책감도, 두려움도 없었다.
남은 건 단 하나, 통쾌함 뿐이었다.
“이제야 조금 속이 시원하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이루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동안 그 모녀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오늘 한 일은 오히려 너무 약했다.
이건 복수가 아니라 경고에 불과했다.
진짜 대가를 치르게 하려면 앞으로도 길게 가야 한다.
집에 돌아온 이루나는 별다른 생각도 없이 샤워를 하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의 입가엔 묘한 미소가 맴돌았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루나 씨,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졸린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온 이루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서 있었고 그중 한 명이 신분증을 내보였다.
“이루나 씨, 오늘 오후 1시경 피해자를 약물로 제압해 차 안에 가둔 혐의로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혐의는 살인미수에 해당합니다. 경찰서로 함께 가 주시죠.”
이루나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피식 웃었다.
“또 경찰서네요. 뭐, 이제는 익숙하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잠그고 담담히 경찰들과 함께 나섰다.
조사실 안,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깜빡거렸다.
수사관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루나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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