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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생리 끝났어?] [응.] [오늘 저녁 7시에 와.] 이루나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문자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 다시 답장을 보냈다. [알았어.] 마침 친구들과 산악 라이딩을 즐기고 있던 그녀는 오후 6시가 넘자 엑셀을 풀로 밟고 핸들을 돌렸다. 몇천만 원이 넘는 바이크는 산길을 거침없이 질주해 어느 한 고급 별장 단지 앞에 도착했다. 헬멧과 장갑을 벗고 거실로 들어서자 고급스럽고 화려한 내부와 어울리지 않게 썰렁하니 왠지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다. 한 남자가 소파에 기대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린 듯했다. 자욱한 연기 너머로 잘생긴 실루엣이 언뜻 보였다. 조각 같은 이목구비, 기품마저 흐르는 비현실적인 외모였다. 이루나는 감상할 겨를도 없이 남자를 향해 다가가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외투가 바닥에 툭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흘러내렸다. 조금 전의 멋쟁이 바이크녀에서 순식간에 관능적인 여신으로 변신했다. 남자 앞에 다가간 그녀는 긴 다리를 들어 올려 무릎 위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쯤 탄 담배를 낚아채더니 한 모금 빨아들였다. 곧이어 입으로 후 하고 연기를 내뱉고는 다시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먼저 씻을까?” 이루나는 남자의 목을 끌어안으며 요염한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더니 엄지손가락으로 앙증맞은 입술을 살짝 쓸어내리다가 거친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도 화답하듯 몸을 맡겼다. 남자의 손바닥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이름은 서이건, 1년 전 세이라 섬에서 서핑하다가 상어의 습격을 받은 그녀를 구해주었다.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만남 덕분에 두 사람은 황홀하고도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귀국하고 나서는 결국 진부한 계약 연인 관계를 맺었다. 금전적인 요구를 전부 들어주는 대가로 남자의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24시간 대기조가 되었다. 벌써 1년 동안 지속된 관계이지만 서이건이라는 이름만 알 뿐, 그의 진짜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물론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다. 단지 남자를 만날 때마다 가장 원초적이고 극한의 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 알면 그만이었다. 그들은 여느 때처럼 능숙하게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거실에서 2층 안방으로 ‘전쟁터’를 옮겼다. 옷은 바닥에 널브러졌고, 1시간이 넘어서야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 이루나는 침대맡에 기대어 누웠다. 사지가 부서진 듯한 느낌에 당분간은 꼼짝도 하기 싫었다. 한편,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서이건은 어느덧 도도하고 시크한 ‘인간 명품’같은 이미지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었다. 시선은 이루나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게임에 푹 빠진 그녀를 보자,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일상으로 복귀한 모습에 눈빛이 착잡하게 변했다. 눈앞의 여자가 세상의 틀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게 더 짜증이 났다. 그는 담배 연기만 들이마시다가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조작했다. 잠시 후, 이루나의 휴대폰으로 은행 입금 알림 문자가 도착했다. 확인해보니 서이건의 계좌에서 돈이 입금되었다. 얼핏 봐도 큰 액수에 잠시 눈을 의심했다. 자세히 세어보니 무려 20억 원이었다. 혹시 서이건이 실수로 더 많이 보낸 건 아닌지 생각하던 찰나 낮고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이제 다시는 연락하지 마.” 이루나는 어리둥절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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