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화
“...”
이루나는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잠깐, 마치 지옥에서 빠져나온 듯한 착각이 들었고 눈앞의 남자가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멀지 않은 방에서 또다시 여자들의 비명이 들려오자 그녀는 곧 정신이 번쩍 들었다.
노아는 그녀의 팔꿈치 상처를 대충 붕대로 감아주고 난 뒤, 몸을 일으키고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
그는 말없이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얀 목선을 쓸었다. 거친 손가락이 쇄골 위로 천천히 미끄러졌다.
노아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알았지만 이루나는 치욕스러운 감정 따위는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는 손을 놀렸고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분위기가 달아올라 이루나는 단추를 확 풀어 젖히고 노아의 앞에서 상의를 활짝 열었다. 이어 손을 등 뒤로 뻗어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 속옷을 벗어 던졌다.
그 요염한 모습에 차갑던 노아의 눈빛도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의 큰 손이 그녀에게 닿았다...
이루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전적으로 그에게 맞춰주려고 했다. 그녀는 일어서서 노아의 목을 두 손으로 감싸고 먼저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고 더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찰나, 그는 갑자기 그녀를 밀어내고 심드렁하게 몸을 돌렸다.
“...”
이루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왜요? 저를 원하지 않는 건가요?”
“이틀 뒤에 다시 병원으로 가서 검사받아.”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제야 이루나는 그가 지난번 자신이 내밀었던 ‘에이즈 검사 결과’를 여전히 신경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미 병원에서 한 차례 검사를 마쳤어도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의심이 많은 그는 순간의 쾌락 때문에 큰 위험을 감수할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루나는 더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면 끝내 그의 신뢰를 완전히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그의 삶으로 더 깊이 들어가 도주 계획을 세울 기회도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좋아요.”
그녀는 더는 육체로 그를 흔들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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