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화
“됐어.”
이루나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고지훈을 향해 화를 내지도 않은 채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지은 이루나가 얘기했다.
“직접 보니까 확실히 알겠어. 당신 처지도 이해해. 하지만 지금 당신이 책임져야 하는 건 당신 아이야, 내가 아니라!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 여기서 끝내.”
말을 마친 이루나가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
“루나야!”
고지훈이 이루나의 팔을 잡고, 붉어진 눈으로 말을 이었다.
“날 믿어줘. 난 너를 속인 게 아니야. 나도 며칠 전에 금방 알아서... 나한테 시간을 좀 줘.”
“그만 해.”
이루나는 고지훈의 말을 끊고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가 결혼을 논하기에는 너무 급했던 것 같아. 나는 당신이 회장님의 양아들인 것만 알았지 다른 건 하나도 모르니까. 어른답게 행동해. 당신이 한 일에 책임을 져야지.”
말을 마친 이루나는 고지훈의 손을 놓고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고지훈은 이루나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고 슬픔 가득한 눈으로 이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때 옆에서 차갑게 지켜보고 있던 서이건이 다가와 거칠게 고지훈의 손을 밀쳐냈다.
“돌아가서 아들이나 돌봐요. 심하게 울던데.”
서이건이 옆에서 조롱하듯 얘기했다.
고지훈은 이를 꽉 깨물고 서이건을 쳐다보았다. 이 모든 것이 서이건이 한 짓이라는 걸 알기에 참을 수가 없었다.
고지훈은 서이건의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오늘 여기서 끝이네요.”
서이건은 고지훈에게 경고하듯 얘기했다.
“본인 주제를 알고 행동해요. 앞으로 이루나 삶에 끼어들지 말고.”
말을 마친 서이건은 고지훈을 무시한 채 바로 이루나를 데리고 나가 차에 앉혔다. 운전석에 앉은 서이건은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아 빠르게 이 별장을 떠났다.
이곳에 머무른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루나의 심정은 하늘 꼭대기에서 저 바닥 끝까지 처박힌 것 같았다.
뒷좌석에 앉은 이루나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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