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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루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눈앞의 익숙한 얼굴을 보자 괜스레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상대방도 그녀의 존재를 알아챘다. 시선이 마주치는 찰나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을 듯 긴장감이 흘렀다. 그윽한 눈빛은 이루나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고, 마치 외계인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넋을 잃고 말았다. “이건아!” 이성태가 버선발로 마중 나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반갑게 맞이했다. “이리 와. 미안하구나, 방금 집에 작은 소란이 있었네, 하하하... 너희가 좀 늦게 올 줄 알았지. 어서 앉아!”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얼굴을 굳히며 이루나의 귓가에 나지막이 경고했다. “저분은 은서의 약혼자야. 귀한 손님이니까 여기서 더 이상 말썽부리지 말고 당장 나가.” 약혼자라니? 이루나의 몸이 흠칫하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고 다시 남자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박희연도 미안한 듯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건아, 조금 전의 일은 내가 대신 사과할게. 하필이면 처음 집에 오는 날에 이런 상황을 겪다니, 별꼴을 다 보이네. 이 아이는 우리 남편 전처의 딸이야. 원래부터 제멋대로에다 집에서도 말썽만 부리는지라...” 박희연은 이루나의 이런 ‘문제아' 이미지가 양가의 혼담에 영향을 줄까 봐 재빨리 선을 그었다. “하지만 걱정 마. 우리랑 같이 안 살거든. 집안일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까 안심해.” 서이건은 묵묵부답한 채 이루나를 힐긋 쳐다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뒀다. 경멸이 담긴 무심한 눈빛은 더 이상 그녀에게 어떠한 기대도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긴, 지난 1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루나의 방탕하고 제멋대로인 성격과 돈만 밝히는 얄팍한 본성은 이미 마음속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하물며 조금 전 어른한테 손찌검하는 ‘악독한'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언니는 왜 집에만 오면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거야?” 이은서가 바짝 다가와 살가운 척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양 말했다. “우리 엄마가 언니 기분 상하게 했다면 내가 대신 사과할게, 응? 날 어떻게 하든 상관없으니까 제발 엄마한테 화풀이하지 마. 심장이 안 좋으신 거...” “꺼져.” 이루나는 남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걸 제일 싫어했다. 특히 눈앞의 가식덩어리는 더더욱. 그와 동시에 이은서를 확 밀어내기도 했다. 이은서는 휘청이며 몇 걸음 뒤로 밀려났고, 그대로 넘어지나 싶었는데 다행히 옆에 있던 서이건이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았다. 서이건도 참다못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루나를 노려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한번 건드리기만 해 봐.” 위협적인 말투에 이루나는 흠칫 놀랐다. 연약한 여자를 품에 안고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듯 감싸는 모습을 보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이 남자는 곧 결혼할 사람이었지.’ “하!” 이루나는 이를 악물며 냉소를 지었다. 태어나서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협박당하는 일이었다. 곧이어 몸을 돌려 도우미가 가져온 물컵을 낚아채더니 이은서의 얼굴에 확 끼얹었다. 그러고 나서 컵은 발치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방을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커다란 손이 그녀의 팔을 덥석 움켜잡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마치 어두운 바다처럼 깊고, 불꽃이 일렁거리는 눈동자와 다시 마주쳤다. 이루나는 서이건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점점 조여오는 힘에 팔이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결국 발버둥 치기를 포기하고 농담조로 비아냥거렸다. “사내자식이 여자한테 손이나 대고, 왜? 성폭행이라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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