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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장

조정안은 그 말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듯 분노에 차서 말했다. “왜 심자영이 좋아한다고 해서 네가 양보해야 하는 건데? 걔가 대체 뭔데? 주씨 가문에 빌붙어 사는 양녀일 뿐이잖아. 네가 주경민 씨와 결혼하면 넌 주씨 가문 사모님이야. 근데 왜 양보해? 게다가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 네가 양보한다고 해도 주경민 씨가 그렇게 하겠어? 심자영이 그 집에 들어온 지도 10년이 넘었어. 만약 둘 사이에 뭔 일이 있을 거면 이미 일어났을 거야. 지금까지 기다릴 리가 없지. 보아하니 심자영이 일방적으로 주경민 씨한테 집착하는 거야. 주경민 씨는 너만 사랑해. 그러니 심자영이 떠난 건 오히려 좋은 일이야. 네 눈에 거슬릴 일도 없어졌잖아.” 이전에 강유리는 조정안에게 은근히 심자영이 주경민에게 들러붙는 것을 암시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남매 이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조정안은 심자영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강유리의 이 말까지 들으니 그녀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 그러자 강유리는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렇다. 남들이 보기엔 그녀가 주경민의 여자친구였다. 그리고 심자영은 그저 자기를 키워준 오빠를 탐내는, 쪽팔린 줄도 모르는 여자일 뿐이다. 하지만 주경민의 태도를 생각하니, 강유리의 눈에는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조정안과 작별한 후 강유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주경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망설임 끝에 주씨 그룹으로 차를 몰고 갔다. 대표실로 찾아갔지만 전 비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주경민을 대신해 업무 지시를 내리러 간 모양이다. 지난번에도 전 비서에게서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곧장 추영준의 사무실로 향했다. 주경민의 부재로 인해 회사는 최근 정신없이 바빴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추영준은 당연히 전 비서인 줄 알고 고개를 돌렸으나 문 앞에 서 있는 건 강유리였다. 추영준의 안색은 순간 변했다. “강유리 씨가 여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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