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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장

추영자는 몸을 홱 뒤집어 이불을 덮어쓰고 고개까지 푹 숙인 채 그의 손길이 닿지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했다. 주성호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손을 거두었다. “그래. 지금은 보기 싫다니 강요하지 않을게. 몸도 성치 않으니 여기서 푹 쉬어. 네가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차가운 침묵 속에서 그는 한숨을 삼키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세은에는 당분간 손대지 않을 테니 당신이 스스로 납득한 다음 다시 얘기하지.” 세은이라는 말에 추영자의 몸이 살짝 움직였지만 고개를 돌리지도, 대꾸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손목의 상처 자국을 조용히 쓸어내리며 속으로 천천히 안도했다. 이번 ‘자해 소동’도 완전히 헛된 건 아니었다. 주성호도 아직은 그녀의 목숨을 의식하며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적어도 세은은 당장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가진 않으리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주성호는 인내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니라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반드시 또다시 그녀를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반드시 다른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 예상했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주성호는 분명히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어르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그는 끝내 감정을 억누르고 더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편히 쉬어. 의사는 근처에 있으니 어디 아프면 부르거나 집사에게 말해.” 그는 문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회사에 일이 있어 나갔다 올게. 저녁에 다시 보자.” 추영자는 차가운 얼굴로,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도 더는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주성호는 그녀의 등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바깥에서 차 시동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추영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불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녀는 힘겹게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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