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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장

“손 비서님, 이모와 오랜 세월 함께하셨으니 잘 아실 거예요. 이모가 출장 중에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하실 분인가요? 연락도 안 되게 만들 사람이신가요? 아니면 혹시 깊은 산속이나 오지로 프로젝트 조사를 가신 건가요? 거긴 인터넷도 전기도 안 통해서 연락할 수 없는 곳인가요? 그래서 휴대폰이 배터리가 나가고 신호도 없어서 메시지 답장은커녕 전화도 못 받으신 건가요?” 마지막 말을 할 때쯤 심자영의 목소리에는 이미 조급함이 배어 있었다. 예전부터 그녀는 한가할 때면 세은그룹에 들르곤 했다. 추영자는 세은그룹은 그녀의 부모가 세운 회사이며 추영자가 현재 그 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이자 법인이지만 나중에 심자영이 성인이 되면 세은그룹은 결국 그녀에게 다시 줄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심자영은 어린 시절부터 세은그룹에 자주 드나들며 그룹 내부 사람들과도 친해졌고, 특히 손 비서와는 더욱 가까웠다. 심자영은 손 비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세은 그룹과 이모에게 매우 충실했으며 절대 이모를 해치거나 배신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손주영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이모가 허락했거나 아니면 이모가 직접 지시해서 그런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어떤 상황이길래 이모가 자신에게조차 숨겨야 했을까. 그때 손 비서의 입에서 억지로 내뱉는 듯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심자영이 이렇게나 예리할 줄은 그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둔감했더라면 심자영은 지금 타지에 있으니 주씨 가문에서 벌어진 일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도 어렵지 않게 거짓말로 얼버무릴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정말 심자영의 말처럼 추영자가 전기가 안 통하고 신호도 없는 곳으로 출장을 갔다고 거짓말을 이어가야 할까? 그 말을 하는 순간 심자영은 오히려 추영자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더 확신해 버릴 것이다. 그러나 한 번에 믿을 수 있는 변명을 지어내려니 머리가 새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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