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5장
하지만 주경민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했다.
이미 해야 할 말들은 예전에 수없이 해왔고 심자영은 그것들을 더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화를 끊는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주경민의 마음은 떠나지 못했다.
이것은 심자영이 해성시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먼저 걸어온 전화였다.
그리고 그는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통화는 심자영이 자신에게 건 마지막 전화가 될 거라는 것을.
오늘 그녀가 전화를 걸어온 것도 오직 추영자를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그녀는 절대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전화가 끊기면 다음에 다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주경민은 아무 말이나 꺼내어 심자영과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고 싶었다.
오늘 날씨가 어땠는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그런 사소한 이야기라도 충분히 그를 만족시키고 기쁘게 할 것이였다.
그래서 “그래, 끊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도 끝내 삼켜버렸다.
“오늘 학교에 가서 수업했어? 그리고 성승윤인가? 또 너한테 무슨 짓 하진 않았지?”
주경민은 결국 이 이야기를 꺼내며 급히 물었다.
이것은 단순히 대화를 이어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성승윤이라는 남자가 혹시나 또 심자영을 괴롭힐까 걱정하고 있었다.
심자영은 그의 질문을 듣자마자 오전에 있었던 일, 즉 성승윤이 자신에게 했던 제안이 떠올라 눈빛 속에 잠시 어두운 기운이 스쳤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사실을 숨기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마음을 정했으니 끝까지 그 결정을 지켜야 했다.
주경민의 성격상, 만약 그가 성승윤이 여전히 꿍꿍이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다음번에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사태는 한층 더 복잡해질 것이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지난번 일도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걸지도 몰라. 그냥 오해였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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