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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장

메이드는 추영자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무슨 급한 일이 생긴 줄 알고 서둘러 물었다. "사모님,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추영자는 그녀의 조심스러운 말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곤 자신의 태도가 너무 까칠해 상대방을 놀라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이건 어젯밤 자신이 기절해서 오전에 깨워달라고 미리 말을 남기지 못한 탓이지 남을 탓할 일은 아니었다. 추영자는 숨을 내쉬며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기사한테 차 대기하라고 전해줘. 나 경민이 보러 병원에 다녀올 거야." 주경민의 교통사고 소식은 이 저택 내에서도 어렴풋이 흘러들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병원에 가서 주경민을 간호하라는 지시는 아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추영자가 갑자기 병원 방문을 언급하자 메이드는 오히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일단 집사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아도 추영자는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그녀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주성호는 역시 날 풀어줄 생각이 없는 거야. 자기 친아들을 보러 가는 것마저도 내가 도망치려는 거라고 의심하는 걸 보면.' 추영자의 얼굴에 싸늘한 웃음이 스쳤지만 그녀는 메이드에게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갈라진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그럼 집사한테 들어오라고 해." 메이드는 사면을 받은 듯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모님!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가려던 그때, 메이드는 추영자의 창백한 얼굴을 다시 한번 보며 망설이는 듯 주저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모님, 오래 주무시고 이제야 깨셨는데 혹시 배는 안 고프신가요? 부엌에서 음식이라도 가져다드릴까요?" 추영자는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허기진 느낌도 잘 못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묻자 순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움직일 수 없는 몸이니 병원에 가더라도 체력을 보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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