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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장

이제는 심장에 박힌 그 가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그녀를 버렸던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하자 추영자는 이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주성호가 과거에 한 여자를 버렸던 것에, 그리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껴 이렇게 수십 년을 괴로워하며 아직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그런 남자일까? 그는 이제 젊지 않다. 이 몇 년 동안 그는 상업의 세계에서 냉혹하게 살아왔고 심지어 보은그룹과 마주할 때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렸다. 그런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버렸다는 이유로 수십 년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왔을까?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추영자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주성호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주성호는 장미숙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가졌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주성호가 장미숙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집사는 이 이야기를 지금 이 시점에서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집사의 태도는 아주 분명했다. 그가 이렇게 말을 꺼낸 이유는 자신을 설득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주성호가 더 이상 장미숙을 사랑하지 않으며 그저 그녀에게는 죄책감만 남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추영자는 주성호가 그 정도의 일 때문에 장미숙에게 그렇게 관대한 사람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 친아들에게도 주성호는 이렇게 관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 아들의 행복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그 모녀를 돕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봐도 이 일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추영자는 그동안 이 일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얘기가 나온 이상 점점 더 많은 것들이 그녀가 그동안 놓쳤던 부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는 그동안 자신이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복잡한 생각을 잠시 눌러둔 채 고개를 들어 집사를 보며 물었다. “그 아이를 지운 건 성호 씨도 동의한 일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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