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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박시우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던 서예은의 얼굴에는 발그레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서예은은 방금 자신을 바라봐주는 박시우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 가슴이 두근거렸다. “들어가자. 집 구경시켜 줄게.” 박시우는 서예은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이끌더니 이곳저곳 다니며 설명을 덧붙였다. “집이 아마 100평쯤 넘어 될 거야. 침실 하나, 게스트룸 세 개, 서재와 화장실 두 개.” 서예은은 이런 고급 주택단지에 넓은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박시우의 능력을 다시 한번 감탄했다. 침실 앞에 멈춰 선 서예은은 널찍한 킹사이즈 침대를 보자 심장이 또다시 벌렁대기 시작했다. 방은 전체적인 인테리어 스타일과 어울리는 모던한 디자인이었고 따뜻한 조명이 부드러운 침구 위에 비쳐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졌다. 박시우는 서예은의 어색한 표정을 눈치채고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조로 말했다. “왜? 침대가 마음에 안 들어?” 정신이 번쩍 든 서예은은 홍조가 띤 얼굴로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니... 그냥 너무 커서요.” 박시우는 낮게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크면 좋지. 원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잖아.” 그의 목소리는 깊고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히 유혹적인 느낌이었다. 서예은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꼬기 시작했다. 마음 한구석이 조마조마하면서도, 어쩐지 기대감도 들었다. 수줍어하는 서예은의 모습에 박시우는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예은아, 긴장돼? 걱정하지 마. 난 널 존중해. 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게.” 서예은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자, 박시우는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줘.” 그의 말에 발그스름하던 서예은의 얼굴은 급기야 붉게 물들었다. “아, 그리고 내일 우리 식구들 만나서 식사하고 결혼식 일정도 얘기해 보자.” 서예은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결혼식을 해요?” “당연히 해야지. 너에게 가장 아름답고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할게.”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결혼식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는 게...” 서예은은 아직 주현진과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많았고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전에 결혼식까지 올린다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까 걱정되었다. 박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알겠어. 네가 편한 대로 하자.” ... 다음 날 아침, 주현진은 집에 한 번 들리라는 전화를 받았다. 서지안의 포근한 품에 빠져있던 그는 결국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 두 사람이 신혼부부처럼 손을 꼭 잡고 다정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서자, 송미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현진아, 왔구나. 그런데 이 아가씨는 누구야?” 송미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묻자, 주현진은 서지안의 손을 잡고 소개했다. “엄마, 서지안이에요. 대성 그룹 서 대표님의 딸이고요.” 그의 말에 송미진의 눈이 반짝였다. 대성 그룹의 외동딸이라면 집안도 잘 맞았고, 무엇보다 서예은과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서민기가 바람을 피운 후 한지영이 그의 옆자리를 차지했고, 서예은은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온 뒤 서씨 가문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이후 서예은이 서민기의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서예은도 서민기를 역겨워하며 이 사실을 누구한테도 언급하지 않았다. 마침내 주씨 가문에 발을 들인 서지안은 가슴 벅찬 기쁨을 느꼈다. 경성에서도 이름 높은 주씨 가문은 서씨 가문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집안이었고 이건 한 단계 도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지안은 고분고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서지안의 나긋나긋한 인사에 송미진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가득 담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서지안이라고 했지? 정말 예쁘고 단아하구나. 서 있지 말고 어서 와서 앉아.” 서지안은 송미진의 따뜻한 환대에 살짝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주현진은 송미진이 서지안에게 친절히 대해 주자, 속으로 안도하며 웃음을 지었다. “엄마, 지안이 처음 오는 건데 너무 부담 주지 마세요.” 송미진은 아들의 손을 탁 치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가 너무 기뻐서 그러지! 지안처럼 이렇게 훌륭한 여자를 집에 데려왔는데 안 좋아할 수가 있나?” 말하며 송미진은 서지안을 소파에 앉히고 직접 차를 따라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지안아, 차 마셔. 불편해할 거 없어. 편하게 있어.” 서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서예은이 떠올랐던 송미진은 주현진을 향해 물었다. “현진아, 그 서예은 문제는 잘 해결됐어?” “아직 해결 못 했어요. 서예은이 40%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600억을 요구하네요.” 얼굴이 확 어두워진 송미진은 눈썹을 찡그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600억? 서예은 그년이 이제 와서 그렇게 큰돈을 요구한다고?” 서지안은 마음속으로는 흐뭇했지만, 얌전한 미소를 유지하며 소곤거렸다. “어머님, 너무 화내시지 마세요. 건강에 해로우시잖아요. 언니는 아마 서운해서 그러는 걸 거예요.” 송미진은 콧방귀를 뀌며 비웃듯 말했다. “걔가 서운할 게 뭐가 있어? 자기 주제도 모르고.” 주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엄마,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돼요. 서예은이 실제로 40% 지분을 보유한 건 사실이잖아요.” 집안 사람들한테서 아직도 놀고먹는 망나니 아들이라고 평가받기 두려웠던 주현진은 애당초 서예은이 없었다면 F&W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감히 말하지도 못했다. 송미진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현진아, 넌 왜 아직도 서예은 편을 들고 그래? 서예은이 뭔데 우리한테 조건을 내놓아? 600억? 꿈도 꾸지 말라 그래!” 주현진은 한숨을 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지금은 감정적으로 나갈 때가 아니에요. 회사가 지금 한창 잘 나가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투자는 가치가 있는 거예요.” 주현진의 말에 송미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분을 산다고 해도 그 돈을 다 줄 수는 없어! 600억 같은 소리하고 있어! 현진아, 네가 직접 가서 얘기해. 최대로 200억이야. 그 이상은 일전도 더 못 줘.” “알겠어요.” 주현진은 어차피 서예은과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아, 그리고 내일 비즈니스 만찬이 있는데 박씨 가문의 박시우가 참석한다는 소문이 있어. 아빠가 꼭 참석하래. 그 사람과 연결만 된다면 앞으로 사업 걱정은 끝이야.” “알고 있어요. 내일 행사는 무조건 참석해야죠. 게다가 내일 주요 협력사 대표들도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행사였고 주현진은 이미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그래.” 송미진은 아들이 이제야 자신의 몫을 해내는 모습에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현진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서예은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서예은과 주현진이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주씨 가문 사람들은 주현진을 항상 무시했고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그때 서예은이 자그마한 사무실을 시작으로 차츰 회사를 이루어낸 거였다. 성과가 나타나자 그제야 주씨 가문 사람들은 주현진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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