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화
“예은아, 잠깐 이리 와봐.”
이금희가 서예은을 베란다로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너희 둘이 왜 여기서 잤어?”
서예은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외할머니, 시우가 외할머니랑 같이 사는 게 너무 좋대요.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기 싫으면 저희가 그냥 여기 와서 살게요. 시우가 말하길 외할머니만 볼 수 있으면 된대요.”
이금희는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요즘 청년들의 생각이 이럴 줄 상상하지 못했다.
“난 혼자 사는 게 편해.”
이금희가 단호하게 말하자 서예은이 이금희의 손을 꼭 잡았다.
“외할머니, 그 말이 10년 전이었다면 저도 걱정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외할머니도 나이가 드셨잖아요. 이제는 누군가 곁에서 챙겨드려야 할 때예요. 계속 외할머니를 혼자 두면 밖에서 다들 저를 불효자식이라고 욕할걸요?”
이금희는 코웃음을 쳤다.
“남들이 뭐라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할머니는 네가 효심 있는 것만 알면 돼. 입은 남들한테 달려 있잖아. 마음대로 떠들라고 해.”
“그렇긴 하죠. 남들이 뭐라 하든 저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매번 외할머니께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제가 옆에 없고 남한테 연락받고 알게 되는 건 싫어요.”
서예은의 눈가가 붉어졌고 목소리도 떨렸다.
“외할머니, 저랑 시우가 같이 모실게요, 네? 외할머니가 이사하기 싫으면 저희가 여기로 올게요.”
“그건...”
이금희는 거절도, 승낙도 하지 못한 채 난감하게 서예은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서예은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거절하지 않았다는 건 반쯤은 허락한 거나 다름없었다.
“할머니, 예은아! 아침 먹어요.”
박시우가 주방에서 두 사람을 재촉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함께 출근했다.
그런데 서예은은 자꾸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는데 누군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서예은이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착각인가?’
“왜 그래?”
박시우의 질문에 서예은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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