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까 박시우 사무실에서 나올 때 송희정을 불러내는 걸 깜빡했다.
‘설마 송희정이 아직도 박시우 사무실에 있는 건 아니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유서원은 바로 전화를 걸었을 테지만 지금 곁에 있는 건 서예은이라 살짝 조심스럽기도 했다.
유서원이 서예은을 안 지 얼마 안 됐으니 서예은이 이런 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직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제가 매니저한테 전화해 볼게요.”
“네.”
유서원은 전화를 걸려고 밖으로 나갔고 그사이 박시우가 기우람을 데리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서예은은 두 사람을 보고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인사하려다 여기가 회사라는 게 떠올라 꾹 참았다.
기우람이 팔꿈치로 박시우를 쿡 찔렀다.
“시우야, 너 요즘 아내한테 찬밥 신세라며? 자기 신분도 감히 못 밝힌다던데, 천하의 박시우가 그럴 리가 있나 했거든. 근데 지금 보니까...”
그 말꼬리를 일부러 흐리는 게 진짜 열받게 했다.
박시우는 코웃음을 치며 냉랭하게 대꾸했다.
“닥쳐. 우리 아내는 회사에서는 좀 차갑게 대해도 집에서는 다정하고 살가운 사람이야. 내가 너처럼 외롭고 쓸쓸하게 집에서 있을 것 같아?”
기우람은 억울하다는 듯 박시우를 노려봤다.
“너 진짜 사람 맞아? 꼭 그렇게 상처 주는 말을 해야 속이 시원해?”
“적어도 개는 아니지.”
그날 단체 채팅방의 대화 기록을 다 보진 못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기우람이 장준수를 개라고 욕한 걸 뒤늦게 봤던 박시우였다.
기우람이 냉랭하게 웃었다.
“이젠 막 나가네? 내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거야? 그래, 그럼 나 갈게.”
박시우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웃었다.
“협박해봤자 소용없어. 넌 갈 수 없어.”
“그렇게 자신 있어?”
기우람은 박시우의 표정이 얄미워 화가 치밀었다.
“그 정도 자신은 있어.”
박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서예은 쪽으로 걸어가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서 디자이너, 좋은 아침이야. 준비는 잘 되고 있어?”
서예은은 순간 눈을 깜빡였다.
사적인 장소에서 불같은 감정을 보이던 남편이 이런 모습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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