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발사 신호가 울리자,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서현우는 화살처럼 빠르게 달려 나갔다. 이번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스타트를 뗐다.
허들을 넘는 그의 동작은 매끄러웠고, 매 한 번의 발구름마다 폭발적인 힘이 실려 있었다.
마지막 100미터, 그는 디펜딩 챔피언과 나란히 달렸다.
유채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곧게 세웠다.
마지막 스퍼트 단계에, 서현우가 반 발자국 먼저 몸을 던지며 챔피언을 앞질렀다.
대형 스크린에는 곧 그가 우승했으며 5년 동안 유지된 전국 기록을 깼다는 문자가 나왔다.
경기장은 폭발하듯 환호성이 터졌고, 기자들은 재빨리 몰려들어 마이크를 그의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져다 댔다.
“서현우 선수! 제일 어린 국가대표로서 첫 출전에 우승하고 신기록까지 세우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혹시 경기 전부터 기록 경신을 예상했나요?”
“프로 구단에서 제안이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전향하실 생각 있으십니까?”
서현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땀방울이 그의 턱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는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확고하게 말했다.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지도해주신 코치님, 함께한 팀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한 기자가 날카롭게 물었다.
“이렇게까지 달리게 만든 원동력이 뭔가요?”
서현우는 잠시 침묵한 뒤, 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
“다음 질문하시죠.”
배승호는 안경을 밀어 올리고 낮게 웃으면서 살짝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네 강아지가 별로 말을 잘 안 듣네? 은혜도 모르고.”
유채하는 식탁 위에 냅킨을 내려놓으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말 잘 안 듣는 게 더 재밌지. 배 대표는...”
그녀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주인을 무는 부류잖아.”
순간, 그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말하려 했으나, 웨이터가 걸어와 식기를 치웠다.
점심은 끝내 미묘한 긴장 속에서 마무리됐다.
헤어질 때, 배승호는 계속 유채하를 바래다 주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부드럽게 거절했다.
“필요 없어. 직접 운전해서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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