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06화

선우진이 묵묵히 반응이 없자 양현무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한 걸음씩 다가섰다. “혹 폐하께서 지난밤 과로하신 탓에 몸이 불편하신 것이옵니까? 만일 그렇다면 신이야 어찌 감히 강청하겠사옵니까. 폐하께서 완쾌하신 후 다시 한 번 겨루어 주시면 족하옵니다.” 그 말이 강희진의 귀에 들어오자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생에도 그녀는 양현무가 자긍심 높은 인물이며 조정 내 유일하게 선우진의 위엄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자라는 걸 알아차렸었다. 하지만 이토록 대담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장막 안에 머문 일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꼬다니, 숙빈의 분을 대신 풀어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강희진은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은 채 시선을 들어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천히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양 옆 대신들의 시선을 느끼고 있음에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한참 후, 선우진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느긋이 일어섰다. “양 장군이 이리까지 말하니 짐이 어찌 사양하겠소.” 그는 태연하게 대답하며 걸음을 옮겨 단상 아래로 향했다. “가지.” 그 말과 함께 큰 걸음으로 난간 앞으로 다가섰다. 마장 안에서는 젊은 장수들이 말 위에서 질풍같이 내달리고 있었고 이 위에서 벌어지는 일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양가는 대대로 무관 집안이라 말을 다루는 데 능하옵니다. 폐하께서 먼저 말을 고르심이 어떠하옵니까? 그래야 뒷말도 없을 것이고 폐하의 기분도 흐트러지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 양현무는 뒤따라와 선우진 곁에 섰는데 두 손을 뒤로 모은 당당한 자세였다. 어지간한 자신감으로는 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강희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래서 숙빈이 그토록 권세를 부리고도 여전히 군림하는 듯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겠지. 그런 배짱과 자부심은 그녀 같은 태생으로선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은 겨우 숨 쉬는 것조차 남들보다 수천 배는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 생각이 스치자 강희진은 넓게 펼쳐진 치맛자락 위에 얹힌 손을 천천히 움켜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