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화
사냥터 안, 어느 부인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오자 이내 여기저기서 그 말에 맞장구가 쏟아졌다.
“당당한 정승댁 아씨가 옷 하나 제대로 못 챙겨 입다니. 저리 멍청한 건 본인 탓인지, 정승가의 가르침이 허술한 탓인지 참으로 모르겠군요.”
“어쩌면 본인이 일부러 그런 옷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눈에 띄려고 말이에요.”
우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고 강희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실로 하인들과 함께 천막 안에서 갈아입은 옷이니, 혹여 잘못 입었다면 누군가 손을 써 놓은 것이 분명하였다. 생각이 그리 미치자 괜스레 속이 답답해졌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조롱과 험담이 오가고 있었다.
강원주는 본래 제멋대로에 도도하기로 이름이 높고 도성 안 귀한 규수들과도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간신히 한 번 약점을 잡은 기회, 저들로서는 물어뜯듯 깎아내릴 절호의 기회였을 터다.
강희진의 시선이 멀리 단상 위로 향하였다.
거기, 하녀 차림의 강원주가 강상목의 뒤에 서서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엔 어찌나 원망이 서려 있는지, 마주한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하였다.
지금 이 순간, 선우진의 총애는 강희진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강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그 총애가 식은 듯 비치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시간을 가늠하던 강희진은 서둘러 선우진 앞으로 다가갔다.
“폐하, 소첩 잠시 돌아가 옷을 갈아입어도 되겠사옵니까? 폐하께 염려 끼치지 않도록 재빠르게 다녀올 것이옵니다.”
“사냥 시합이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고 여기서부터 천막까지 거리도 멀지. 아무리 서둘러도 제시간에 돌아오긴 어려울 것이오.”
선우영이 먼저 나서서 말을 받았다.
그 말에 강희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이 옷차림으로 사냥에 나서게 될 줄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고 선우진의 안색을 살폈다. 어찌하든 이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게 해서는 안 되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그대로 가는 편이 낫겠군요. 민빈, 이 많은 사람을 괜히 기다리게 할 수야 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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