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49화

“알겠습니다. 곧바로 정 내관께 전하겠습니다.” 어린 내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길을 돌려 궁문 안으로 들어갔다. 초월은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어린 내관이 계단 위로 올라가 정허운에게 말을 전하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늦가을이라 그런지 비가 잦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굵은 빗줄기는 강희진의 몸을 때리며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고 시야는 이내 흐릿해졌다. 강희진은 비몽사몽인 채로 문득 아홉 살 적 기억을 떠올렸다. 풍한을 앓던 어머니를 위해 약 한 첩을 구하려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그날은 마침 강원주의 생일잔치가 있던 날이었다. 강씨 집안의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때도 지금처럼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상목은 젖은 몸으로 무릎 꿇고 있는 그녀 앞에 다가와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 “너와 네 어미의 목숨은 내가 쥐고 있다. 살라면 살 것이고, 죽으라면 죽을 것이다.”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는다니 대체 뭐가 그리도 당연하단 말인가? 강희진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터질 듯 솟구치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거센 바람이 몰아치자 홍윤은 다급히 창문을 닫기 위해 손을 뻗었다. 문발 틈 사이로 비친 마당 한가운데, 무릎을 꿇은 채 바르게 허리를 세운 강희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마마, 계속 저대로 두시려는 겁니까?” 홍윤은 걱정스레 물었다. “고작 몇 시진 꿇린 걸 가지고.” 숙빈은 옆으로 기대어 앉아 금실로 장식된 손톱 가리개를 만지작거렸다. “명광궁은 여우 굴이다. 그 안에서 나오는 것들도 하나같이 사내나 유혹하는 요망한 것들뿐이지. 마침 잘됐구나. 비 맞고 그 더러운 기운을 좀 씻어내야 할것 아니냐.” 숙빈의 얼굴에는 노골적인 혐오가 서려 있었고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찬 바람이 들이치자 촛불이 흔들리며 방 안이 어둠과 빛 사이를 오갔다. “창문도 제대로 못 닫고 뭐 하는 것이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