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화
그 말을 들은 강희진은 잠시 굳어버렸다. 무심결에 단상 위 밝은 황금빛 곤룡포를 입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선우진과 조금이라도 마주한 적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그의 성정이 괴팍하고 화를 잘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성품이 좋다니 이 무슨 생소한 말인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늘 그가 보인 행보는 실로 일국의 황제다운 품격이 느껴졌다.
결국 열다섯이라는 나이에 여러 황자를 제치고 황위에 오른 이 아닌가.
강희진의 뇌리에 불현듯 예전에 선우진과 정을 나눴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강희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부끄럽고 분한 마음에 은근히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땅이라도 꺼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제 마음속에 이미 정해둔 혼인 상대가 있사오니, 말씀이 나온 김에 이 자리를 빌려 폐하께 아뢰고자 합니다.”
탁주옥이 다시 한번 화친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해 보시오, 황녀.”
선우진의 눈가에는 한층 깊어진 웃음기가 어렸다.
탁주옥은 단정히 앉은 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시선이 양현무에 이르자 멈췄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고는 이내 선우진을 바라보며 고했다.
“제가 정한 혼인 상대는 양 장군입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전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에 휩싸였다.
대주국에는 아홉 황자가 있었으나 그중 여덟은 이미 각지에 봉지를 받고 떠난 상태였다.
자연히 화친 상대로는 영친왕 선우영 외엔 없다는 게 모두가 알고 있는 암묵의 전제였다.
그런데 이 구월국의 둘째 황녀가 양현무를 지목하다니, 놀란 건 다른 이들만이 아니었다. 정작 당사자인 양현무조차도 그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지난달 양가군이 구월국의 변경 성을 하나 점령한 참이었다.
구월국 입장에서는 양현무를 갈기갈기 찢고 싶어도 모자랄 판에 어찌 그에게 황녀를 시집보내겠다는 것인가?
“양 장군은 명문 무가의 자제로 충정하고 담대한 분이시니 실로 나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