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3화

‘불상 앞에 춘화도를 펼쳐두다니.’ 강희진은 고개를 저었다. ‘네년은 부처님 노여움 사는 건 조금도 두렵지 않나 보구나.’ 그림을 집어 든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았다. “부처님, 부디 이번 생엔 제 뜻을 이루게 하소서. 어머니 또한 무탈하시기를 간절히 비나이다.” 그렇게 빌고 난 후 강희진은 일부러 불상에서 가장 먼 벽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다지 미신을 믿는 성정은 아니었으나 한 번 죽고 다시 태어난 몸이었기에 귀신과 신령에 대한 경외심만큼은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은 푸른 표지 위에 큼직한 글씨로 제목이 찍혀 있었다. 마치 이 책이 어떤 용도인지 대놓고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강희진은 조용히 자리를 잡고 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그녀의 뺨에 은은한 홍조가 떠올랐다. 이내 책 속 내용에 점점 몰입해 들어가며 그 기운은 더욱 짙어졌다. 책 내용은 몹시 노골적이었고 처음 한두 장만 넘긴 것인데도 어느새 그녀의 숨이 거칠어졌다. 한 손으로 머리칼을 감으며 스스로 달아오른 욕망을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점점 자신을 책 속 여인에 빗대어 상상하기 시작했고 그 사내의 얼굴에는 다름 아닌 선우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그의 손길이,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듯 다가오는 느낌이 생생하게 피어올랐다. “하앙...”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소리에 강희진은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눈가에는 당혹스러움과 수치심이 어린 채 그 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듯했다. 황급히 책을 던지고 일어선 그녀는 창문을 열어 찬바람을 맞았다.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깨우듯 얼굴을 스쳐 갔다. 하지만 머릿속엔 또다시 선우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그 모습에 그녀는 창밖도 바라보기 두려워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내 몸이 대체 왜 이러지?’ 그 사람만 떠올려도 온몸이 그녀의 것이 아닌 것처럼 반응했다. 그는 마치 양귀비꽃과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