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침상 밑에서 기어 나온 강원주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는 먼지투성이에 거미줄까지 엉켜 있었고 화려하던 옷은 흐트러진 채 여기저기 구겨져 누더기처럼 매달려 있었다. 눈빛엔 감출 수 없는 증오가 가득했다.
그 꼴을 지켜보던 궁녀들은 간신히 웃음을 참았지만 실룩이는 입꼬리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강원주는 그대로 침상 위로 몸을 내던졌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이불을 마구 쥐어뜯더니 그 아래 누워 있는 강희진을 향해 주먹질을 퍼부었다.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고 분노와 원한이 뒤섞인 얼굴은 마치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춘희조차도 그 광기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강희진은 속으로는 비웃으면서도 겁먹은 듯 몸을 잔뜩 움츠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아, 아파요...”
비록 매를 맞고 있음에도 강희진의 아름다운 자태는 흐트러지지 않았고 그렁그렁 맺힌 눈물은 보는 이의 연민을 자아냈다.
그러나 강원주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힘을 주어 주먹을 휘두르며 이불 위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방 안은 그녀의 괴성과 강희진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옆에 서 있던 궁녀들은 죄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한참을 그렇게 분풀이하던 강원주는 마침내 손을 거두었다. 하지만 입은 멈추지 않았다.
“다 네년 짓이다! 폐하께서 날 거들떠보지 않으시는 것도, 이 궁이 뒤죽박죽이 된 것도! 내가 네년 농간을 모를 줄 알았느냐! 절대로 네년도 네년의 늙은 어미도 가만두지 않겠다!”
침상에서 내려오는 강원주를 춘희가 다급히 부축했다. 자칫 바닥에 넘어져 분노가 더 거세질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강원주는 숨을 헐떡이며 춘희에게 몸을 기대고 있다가 갑자기 홱 돌아서더니 옆에 서 있던 두 궁녀의 뺨을 차례로 올려붙였다.
“네년들이 감히 나를 비웃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더냐?”
그러고는 춘희에게 명령했다.
“방금 비실비실 웃고 있던 계집들을 전부 서답방에 보내거라. 천한 년들이 감히.”
그 말에 무릎을 꿇은 궁녀들은 울먹이며 애원했다.
“마마, 부디 용서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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