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7화
남자의 품에서 나온 소희는 일어나서 욕실로 갔다.
익숙한 곳, 심지어 바디워시까지 기억 속의 그 냄새였다. 소희는 물을 틀어 몸 곳곳을 깨끗이 씻었다. 마음속은 어수선하고 초조했다.
‘이미 헤어진 두 사람이 왜 또 같이 얽히게 된 거지?’
소희의 눈빛은 얼음장마냥 차가웠다.
샤워를 마친 후 드레스룸으로 가서 옷장을 열었다. 안에는 역시 그녀의 옷들이 걸려 있었다.
예전에 입었던 것도 있고 새로 구입한 것도 있었다.
새로 장만한 옷들을 보면서 소희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심플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골라 입은 소희는 안방을 지나 침대 위의 남자를 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뒤에서 남자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사도 없이 가?"
그 소리에 소희는 발길 멈추고 몸을 돌리지도 않은 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쉬는 데 방해할까 봐."
부드러운 가죽 침대 머리에 기대어 이불로 몸을 반쯤 가린 임구택의 얼굴은 눈부셨고 표정은 느긋하게 풀어져 있었다. 이 순간만큼 섹시하고 매혹적일 수가 없었다.
소희의 말에 임구택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체에만 헐렁한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체의 가슴과 어깨 쪽에는 온통 옅은 흔적투성이었다.
그는 뒤에서 소희를 껴안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1박 2일 동안 네 시중들었는데 보수도 안 줘? 적어도 2만 원은 줘야지."
그는 처음으로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 2만 원만 남기고 줄행랑을 쳤었다.
그의 말에 소희도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그녀의 웃음음 차가웠다.
"임구택, 이현이 네 연극에 이토록 잘 맞춰준 걸로 봐서는 네가 엄청 많은 이익을 줬겠네?"
임구택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무슨 뜻이야?"
"이현과 무슨 사이인 거야? 만약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면 왜 나를 속였어? 어젯밤의 일도 너희 둘이 함께 꾸민 거야?"
임구택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니야."
"뭐가 아니야? 사귀는 사이가 아니야? 아니면 어제 일이 너희 둘이 같이 꾸민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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