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77화
“알겠어요!”
유정은 콘티북을 챙기기 위해 집에 들렀다. 근처 상가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뒤 올라와 문을 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거실에 조백림이 앉아 있었다.
백림은 고개를 들고 그녀 손에 들린 노트북 가방을 보더니,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물었다.
“집에는 안 갔다며. 어디 다녀온 거야?”
유정은 곧장 책상 쪽으로 걸어가면서, 솔직히 말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책상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결심한 듯 담담히 말했다.
“주준이랑 있었어.”
백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둘이 만났다고?”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번 봤어.”
밖은 해가 막 저문 시간인 데다가 실내에 불도 켜지지 않아 방 안은 어슴푸레했고, 백림의 눈빛은 더 어둡고 깊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정 앞으로 다가와 책상에 팔을 짚고 물었다.
“유정아,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유정은 노트북 가방을 열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를 또렷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
백림은 한참 유정을 응시하다가 이전의 날 선 태도와는 달리 조용히 물었다.
“여러 번 봤다며.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
“괜찮은 사람이야. 예의도 있고, 재능도 있어.”
유정이 거리낌 없이 말하자, 백림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면 작업은 얼마나 더 남았어?”
“최소 두 달. 왜?”
백림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그만둬. 네가 빠져.”
갑작스러운 말에 유정은 놀란 눈으로 백림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왜?”
그러자 백림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냥, 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계속 같이 일하는 거 싫으니까.”
유정은 어이없다는 듯 비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유정은 평소에도 남자 고객과 미팅이 많은 편이었기에 백림의 말대로라면 일을 아예 그만두라는 말밖에 안 되었다.
백림은 묘한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저 네가 다치지 않길 바랄 뿐이야.”
“그래?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맙네.”
유정은 비꼬듯 말하며 콘티북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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