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52화
검은 먹물이 아직 백림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유정은 그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손을 내리지 못했다.
유정은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이번엔 붓을 바꿔 붉은 주사 물감을 묻혔다.
그리고 조용히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 살짝 몸을 기울였다.
시선은 백림의 이마로 향했고, 몇 초간 집중한 후, 붉은 붓끝이 남자의 미간에 닿았다.
유정은 백림의 미간에 오연한 다섯 잎의 연꽃을 그렸다.
혹시라도 남자가 깰까 봐 붓놀림은 조심스러웠고, 표정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그러나 유정은 백림의 가볍게 떨리는 속눈썹을 미처 보지 못했다.
연꽃을 다 그리고 난 뒤, 유정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다시 돌아서 금가루를 묻히러 갔다.
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찰나, 백림이 딱 눈을 떴다.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그의 눈동자에 들어와 반사되었고, 길고 가느다란 눈은 금빛을 머금은 채 불꽃처럼 강렬했다.
그리고 그 이마 위, 붉은 연꽃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자, 순간 유정은 숨이 멎을 뻔했다.
그래서 백림을 바라보며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진짜 너무 예쁘네.”
백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 속의 별을 담은 듯 유정을 바라보다, 손을 뻗어 유정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유정을 자기 품에 끌어당기며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뭐 그려놨어?”
유정은 그의 다리 위에 앉은 채 장난스럽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거북이 하나.”
이에 백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도 너한테 하나 그려줄까?”
유정은 기죽지 않고 말했다.
“너 그림 잘 그려?”
백림의 눈엔 장난기 가득한 빛이 번졌다.
“직접 그리는 건 귀찮지. 난 비장의 수가 있거든.”
그 말이 끝나자 백림은 갑자기 유정의 뒷머리를 감싸 안더니, 이마를 자기 이마에 밀착시켰다.
둘의 코끝이 맞닿고, 숨결이 섞이고, 눈동자가 서로를 뚫어보았는데, 서로의 눈동자를 통해 서로를 마주했다.
백림의 눈은 깊고 검은 바다 같았고, 그 속엔 묵직한 감정과 유정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유정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는데. 지금처럼 심장이 요동친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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