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11화
조엄화를 제외하고, 거실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유정은 도우미에게 의자를 가져오게 해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하지만 조백림과 파혼할 거라고 분명히 말씀드리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유지태가 탁자를 세게 내려치며 얼굴을 굳혔다.
“두 집안의 약속을 네가 장난으로 아는 거냐? 네가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난 동의 못 해.”
유정은 길게 내리깔린 속눈썹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다.
“어른들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건 제 불찰이에요. 하지만 파혼은 꼭 할 거예요.”
신화선이 조심스레 물었다.
“백림이하고 싸웠니?”
“아니에요.”
서은혜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안 싸웠는데 왜 갑자기 헤어진다고 하는 거야?”
유정은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조엄화가 옆에서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뭐랬어요. 백림은 믿을 사람 아니라니까요. 유정이 지금까지 참은 거겠죠.”
그러나 서은혜가 날카롭게 받아쳤다.
“백림이 어떤 사람인지 동서보다 내가 더 잘 알아. 유정이한테 정말 잘해줬어.”
유지태는 무겁게 말을 이었다.
“보통 연인 사이도 쉽게 헤어지는 거 아니야. 하물며 두 집안의 이해관계까지 걸려 있는 이 결혼은, 네가 이렇게 제멋대로 결정할 수 없어!”
“유정아,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말해봐. 집안에서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게.”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서은혜도 참지 못하고 되물었지만 유정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로 자기 뜻을 고수했고, 그 고집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보는 이들은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지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팔을 휘두르며 등을 돌리고, 냉정한 말만 남겼다.
“내가 동의하기 전엔, 너 파혼 못 해.”
조엄화도 남편을 붙잡고 따라 일어섰고, 부부는 함께 자리를 떴다. 그렇게 거실엔 유정의 직계 가족만 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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