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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3화

신희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엄마, 그냥 간단한 약혼식이잖아요. 너무 거창하게 꾸미지 않아도 돼요.” 상대만 바뀌었을 뿐이었고, 굳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약혼식은 조씨 집안과 유씨 집안 가족들만 참석하기로 했다. 그 순간 조엄화가 힐끗 유정을 훑어보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대충 할 수가 있어? 이건 조씨 집안 후계자와의 약혼식이야. 너는 앞으로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백림이도 분명히 말했잖아. 흐트러졌던 걸 바로잡는 거라고.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한 거지.” “그만큼 대우도 최상이어야 마땅하지 않겠어?” 신희는 작게 중얼거렸다. “엄마, 제발 그만 좀 해요. 언니도 있는데.” 그러곤 상자들을 안고 조용히 아래층 옷방으로 내려갔다. 신화선은 신희의 뒷모습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신희는 정말 마음씨가 곱지. 늘 다른 사람부터 생각해.” 조엄화는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 “신희가 착하니까 하늘이 복을 내려준 거죠. 이런 좋은 인연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이에 신화선은 눈빛을 살짝 바꾸며 말했다. “신희 옷 고르는 거 도와줘. 옷방에 같이 가보지 그래?” 그 말에 조엄화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희를 따라갔다. 둘이 사라지자 신화선은 조용히 서은혜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 좀 와볼래?” 서은혜가 다가와 앉자 신화선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약혼식엔 유정이 안 오는 게 좋겠어. 갑자기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는데, 아이 마음이 편할 리 없잖니? 안 와도 누구 하나 뭐라 안 할 거야.” 서은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유정이랑 이야기해 볼게요.” 신화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을 위한 마음인 거, 알아줬으면 좋겠어.” “알아요, 어머니.” 서은혜는 차분히 대답했다. 그 사이, 신희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맞춤 제작한 고급 드레스와 세트로 맞춘 다이아몬드 액세서리가 신희의 단아한 분위기에 화려함을 더했다. 너무 아름다운지 신화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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