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71화
유정이 상자에서 무게감 있는 물체를 꺼내려다 안에 든 걸 본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철장 안에는 거대한 거위 한 마리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멍청하고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생김새였다.
도무지 귀중한 물건이라 하기엔 너무나 황당한 광경이라 유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고효석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서정후 할아버님이 정말 중요한 거라고 하셔서, 택배로는 안 된다고 조심히 직접 가져오라고 하셨어. 근데, 이 녀석 오는 내내 한 번도 안 울더라니까?”
유정은 얼떨떨한 상태로 외할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외할아버지, 효석이가 가져온 거위 받았어요. 근데 왜 저한테 이걸 주시는 거예요?]
이에 곧 답장이 왔다.
[무슨 소리냐, 그건 기러기야.]
유정은 다시 케이지 안을 들여다봤다.
‘얼굴도, 행동도 전혀 기러기처럼 보이지 않는 이 둔한 새가 대체 어떤 구석이 기러기로 볼 수 있단 말인가?’
[그거 사기당하신 거 아니에요?]
유정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자, 서정후는 아예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내가 왜 효석이한테 기러기를 보내게 했는지, 한번 맞춰봐라]
유정은 키패드를 빠르게 눌렀다.
[누가 줬는데 버리긴 아깝고, 혼자 키우긴 귀찮아서 저한테 떠넘기신 거죠?]
이번엔 한동안 아무 응답이 없는 걸 보면 분명 화났을 것이다.
효석은 케이지에 물을 조금 따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짜 다행이네. 내가 운전해서 와서 그렇지, 택배로 보냈으면 얘 죽었을 수도 있어.”
“이거 아니, 기러기, 안에서 며칠 갇혀 있었으면 진짜 큰일 났지.”
기러기는 물을 몇 모금 마시더니, 날개를 파르르 떨며 기운을 차렸다. 그리고 곧, 목을 치켜세우고 울기 시작했다.
“꽤애애애앵!”
쉰 듯한 소리인데 이상하게 강한 울림이 있자, 식당 전체가 순간 얼어붙었다.
그렇게 모든 시선이 자신과 효석에게 쏠리자 유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철장 밑으로 기러기를 밀어 넣으며 중얼거렸다.
“또 울면 바로 주방으로 보낼 거야. 탕으로 끓여버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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