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77화
조백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 주윤숙은 소파에 앉았고 조백림은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드렸다.
“엄마, 다음에 유정이 또 오면 저한테 미리 한마디만 해주세요.”
주윤숙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부드러웠지만, 말투엔 분명한 불만이 서려 있었다.
“너는 왜 온 거니? 네가 안 왔으면 유정이랑 나랑 저녁이라도 같이 먹었을 거 아냐?”
“너만 오면 유정이는 꼭 가버려. 그러니까 앞으로 특별한 일 아니면 굳이 안 와도 돼.”
너무나도 매몰차게 말하는 주윤숙에 백림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조금 억울한 듯 백림이 말했다.
“엄마, 너무 티나게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엄마가 먼저 저 같은 아들이 있었으니까 며느리도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나 주윤숙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너희 둘이 파혼하면 나는 유정을 그냥 양딸로 삼을 거야.”
그 말에 백림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유정이 엄마 딸이면 가끔밖에 못 오잖아요. 며느리면 매일이라도 올 수 있는데요?”
그러나 주윤숙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 딸이면 그래도 가끔이라도 보겠지. 며느리면, 언제 화가 나서 영영 안 볼 수도 있어.”
왜인지 모르게 설득되는 말에 백림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엄마, 진짜 저한텐 이제 아무 관심도 없어진 거예요?”
그러자 주윤숙은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보니까 말이야, 네가 없으니까 유정이랑 내 사이가 훨씬 평온하고 좋아.”
촌철살인에 백림은 또 한 번 말이 막혔고, 그는 더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요. 엄마가 예전부터 하신 말, 안정을 찾으라고 하신 그 말,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이에 주윤숙은 고개를 돌려 아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말했다.
“오늘 유정이랑 얘기 나누느라 정신 팔렸더니, 경전 필사를 못 했네?”
이에 백림이 바로 대답했다.
“지금 하러 갈게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재빨리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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