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88화
유정은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설령 까먹었다 쳐도,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오는 게 네 눈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여?”
이에 조백림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내 약혼녀에게 국 끓여주러 온 건데, 뭐가 문제야?”
유정은 백림을 노려보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너, 본인이 끓인 국이 얼마나 맛없었는지는 알고는 있는 거야?”
이 말에 백림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정말 그렇게 맛없었어?”
유정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꾸했다.
“입에 대기도 힘들었어.”
백림은 국을 한 숟갈 떠서 살짝 맛보더니, 이내 얼굴을 찡그리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분명히 요리사가 알려준 순서대로 하나도 안 빠뜨리고 만들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정은 속이 조금 시원해졌고, 그대로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백림은 여전히 국 앞에서 연구 중이었다. 그러나 유정은 신경 쓰지 않고 서재로 들어가 일을 계속했다.
한 시간쯤 지나 백림이 문을 두드렸다.
“유정, 나와서 밥 먹자.”
유정은 차갑게 말했다.
“안 먹어.”
백림은 문에 기대어 낮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삐졌다고 해서 배까지 굶길 필요는 없잖아. 아까 너희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국 끓이는 비법을 좀 배웠어. 이번엔 괜찮을 거야. 한 번만 먹어봐.”
몇 초 뒤, 서재 문이 벌컥 열리며 유정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누구한테 전화했다고?”
“예비 장모님.”
백림이 다정하게 웃었다.
“네 입맛을 제일 잘 아시잖아. 내가 너한테 국 끓여주고 있다니까, 아주 좋아하시던데?”
이에 유정은 분노가 치밀어 눈을 부릅떴다.
“조백림, 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백림은 유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얼굴에서 웃음을 서서히 걷고 또박또박 말했다.
“너랑 결혼하고 싶어.”
유정은 날숨을 들이쉬며 눈빛을 차갑게 굳혔다.
“꿈 깨.”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으려 했지만, 백림이 먼저 문을 막고 몸을 들이밀더니, 유정의 팔을 잡아 벽 쪽으로 몰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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