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6화
마을에 도착하자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마을은 산자락 아래 자리 잡고 있었고, 며칠 전 내린 폭설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무려 서른 가구 가까운 집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집을 잃은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마을 학교나 임시로 설치된 텐트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학교는 좁고 난방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데다, 텐트 수조차 부족해, 하나의 텐트에 네댓 명이 겨우 몸을 구겨 넣고 지내야 했다.
날은 매섭게 추웠고, 어린아이 중에는 감기에 걸리거나 손발에 동상이 생긴 아이들도 많았다.
유정과 다른 사람들이 때마침 도착한 셈이었다.
원래 구호단체는 다른 마을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이 마을의 위급한 상황을 듣고 급히 계획을 바꾼 것이었다.
원래 준비된 물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유정이 따로 준비한 구호 물품 덕분에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유정이 기부한 물품에는 텐트, 방한용 이불, 식량, 감기 및 바이러스 대응 약품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종류도 세분돼 있었으며 매우 전문적이었다.
사람들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유정은 살짝 눈썹을 치켜들며 효석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부끄럽네. 사실 준비한 사람은 나 아니야.”
돌아가면 경성지사 팀장에게 포상이라도 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을 이렇게나 깔끔하게 처리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효석은 진심으로 말했다.
“그런 사람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니 능력이야.”
하지만 물자를 나누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마을 측에서 피해 주민 명단을 정리해 두고, 인원수에 맞춰 질서 있게 배분하려고 했다.
하지만, 몇몇 주민들이 조급해진 나머지 물자가 부족할까 봐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트럭 위로 올라가 자기 손으로 물건을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유정은 달려가 막아섰다.
“모든 물자는 인원수에 맞춰 공평하게 나눌 거예요. 이렇게 막 가져가시면 안 돼요!”
하지만 앞장선 몇몇 남성들은 체격도 크고 고집도 셌다. 유정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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