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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8화

“우청아 디자이너님은 지금 안 계세요. 현재 총괄 디자이너님 과 함께 고객 미팅에 나가셨어요.” 디자이너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구연이 묻자, 디자이너가 시계를 보고 답했다. “아마 두 시간쯤 뒤에나 오실 거예요.” 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구연이 굳게 버티자, 디자이너는 할 수 없이 물 한 잔을 내주고 디자인실의 브로처를 건네준 뒤, 자리를 비우고 제 할 일을 하러 갔다. 구연은 응접실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가 마침내 청아가 돌아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름을 듣고 찾아오는 고객이 워낙 많아, 청아는 비서의 보고를 받자마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물만 한 모금 마신 뒤 곧장 응접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한 눈에 예쁜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이에 청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일이 겹쳐 늦었네요. 오래 기다리셨죠?” 구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청아의 손을 잡았다. “우 디자이너님이 이렇게 젊으실 줄 몰랐어요.” 청아의 미소는 온화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뒷마당 구조도와 사진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요구 사항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청아는 꼼꼼히 살펴본 뒤 고개를 들어 웃었다. “괜찮네요. 우선 초안을 만들어 보여드리죠.” 구연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역시 잘 찾아왔네요.” 청아가 자료를 정리하다가 물었다. “아직 성함을 못 여쭤봤네요.” 구연은 명함을 내밀었다. “백구연이라고 해요.” 청아는 명함을 보는 순간 얼굴의 미소가 서서히 옅어졌다. ‘백구연?’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표정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러고는 손에 든 자료를 그대로 밀어 돌려주었다. “죄송해요. 이 설계는 제가 맡을 수 없겠네요.” 그 말에 구연은 놀라 물었다. “왜죠?”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긍정적이었는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걸까?’ “이유는 없어요. 다른 설계안들을 진행해야 해서, 제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괜히 시간을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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