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71화
허홍연의 얼굴은 순간 파랗게 질렸다가 창백해졌다. 그러고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빌려 달라는 거죠. 나중엔 꼭 갚을 거예요.”
그 말에 연희는 입가를 비틀며 비웃었다.
“갚는다고요? 예전에 집 인테리어 한다고 1억원 빌려 갔을 땐 갚았어요? 옛 빚은 묻어 두고 또 새로 손 내밀겠다는 거네요?”
허홍연은 입술을 깨물다 말끝을 바꿨다.
“우린 가족이잖아요. 좋은 일도 함께 나누고, 어려운 일도 같이 짊어져야죠. 제 집안에 돈 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연희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아주머니, 내가 오늘 왜 온 줄 알아요?”
허홍연은 무심코 물었다.
“왜 왔는데요?”
“청아가 회사 차릴 때 내가 10억을 빌려줬어요. 아직 6억은 못 갚았고요. 난 오늘 그 돈 받으러 왔어요.”
연희는 시선을 곧게 세우며 날카롭게 내뱉었다.
“아까 스스로 말했죠? 한 가족이라면 복도 나누고 어려움도 같이 짊어져야 한다고. 그럼 이 6억, 아주머니가 청아 대신 갚으시면 되겠네요.”
꽤 큰 액수에 허홍연은 순간 목을 움츠리며 당황했다.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래요.”
“돈이 없어도 집은 있잖아요. 그 집 팔면 몇억은 나오니까 6억 갚는 데는 충분하죠.”
연희의 커다란 눈동자가 허홍연을 찌르듯 바라봤다.
“문제없잖아요?”
허홍연은 얼빠진 듯 중얼거렸다.
“아니, 청아 회사 돈은 장시원 사장이 준 거 아니었나요?”
“누가 그래요? 자기 딸을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요. 청아 같은 성격이 장시원 돈을 쓰겠어요? 회사 세운 돈 전부 나랑 소희한테 빌린 거예요.”
“소희한테 진 빚도 아직 그대로고요. 집 팔아서 내 돈 갚고 남으면 소희 돈에도 보태면 되겠네요.”
연희는 말을 마치며 청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됐어,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청아는 웃음을 삼키며,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히 거짓말을 늘어놓는 연희의 배짱에 감탄했다.
허홍연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안 돼요. 그 집은 이미 강남이한테 줬어요.”
“강남 씨는 청아의 친오빠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