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92화
구연은 휴대폰을 접어 넣고 백호균의 서재로 들어가서 공손히 차를 따라 올리며 말했다.
“할아버지, 내일부터 임씨 저택에서 유민이 가정교사를 맡게 되었어요.”
백호균은 매서운 필체로 궁서체 글씨를 쓰고 있었다. 붓끝이 예리하면서도 단정해, 한눈에 남다른 내공이 느껴졌다.
이윽고 백호균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구연을 바라보았다.
“임씨 집안은 강성에서 명망이 높은 집안이야. 그들이 아무리 온화하게 대한다 해도 너는 더욱 조심하고 겸손해야 해. 순간의 방심으로 교만해져서는 안 돼.”
이에 구연은 고개를 숙여 또렷이 대답했다.
“명심할게요.”
백호균은 다시 붓을 들고 먹을 찍으며 천천히 글을 이어갔다.
“강성에 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임구택과 임씨 집안의 신뢰를 얻은 건 잘한 일이야.”
구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할아버지의 가르침과 보살핌 덕분이죠. 제가 이룬 건 전부 할아버지께서 길러주신 결과예요.”
백호균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 그만 쉬어라. 내일 임씨 댁에 갈 때 늦지 않도록 하고.”
“네, 그럼 먼저 들어가 볼게요. 할아버지도 일찍 쉬세요.”
손을 내저어 보이는 백호균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구연은 고개를 숙인 채 서재를 나섰다.
다음 날 오전 열 시, 구연은 시간을 어기지 않고 임씨 저택에 도착했다.
거실에는 우정숙이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봄기운이 점차 무르익는 날씨, 우정숙은 은은한 하늘빛 정장을 입고 있었다.
지적이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배어 있었고, 재벌가의 안주인에게서 흔히 느껴지는 날카로움이나 세속적인 기운은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 몇 마디 나누던 중, 소희와 임유진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우정숙은 소희에게 미소를 지으며 유민이의 새 가정교사 문제를 설명했다.
옆에 있던 유진이 살짝 얼굴을 찌푸리더니 우정숙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낮게 말했다.
“엄마, 유민이 가정교사 바꾼다면서 왜 미리 소희한테 얘기 안 했어요?”
우정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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