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74화
사람들을 다 배웅한 뒤 구택은 소희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했다.
저녁노을은 이미 사라지고 하늘 가장자리에만 옅은 붉은빛이 남아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설희와 데이비드가 두 사람 곁을 따라 뛰놀았으며, 주변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구택은 소희의 어깨를 살짝 감싸며 긴 눈매에 온기를 담아 물었다.
“피곤하지 않아? 저녁 먹기 전에 좀 쉴래?”
오늘 소희는 하루 종일 즐겁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낮잠조차 자지 않았다.
그러나 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계속 앉아서 수다만 떨었는데 뭐가 피곤해. 오히려 조금 배가 고프네.”
이때 소희는 코끝을 스치는 닭고기 국물의 고소한 향을 맡았다.
구택은 소희의 옆얼굴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면 바로 먹자. 사실 전에 의사한테 상담했는데, 아기 머리둘레가 좀 크다고 하더라고.”
“자연분만을 하면 네가 아주 힘들 수도 있대. 게다가 제왕절개의 위험 부담이 훨씬 적다고 했어.”
“아까 노 사장이랑도 이야기했는데, 우리 둘 다 제왕절개가 더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이야. 혹시 연희 씨랑 이 문제 얘기해 본 적 있어?”
의사는 사례도 들려주었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결국 제왕절개로 바꾸면 두 번의 고통을 겪게 되고, 위험도 배가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 구택은 늘 마음이 불안했다.
소희 역시 연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아기를 위해서는 자연분만이 더 좋다고 권했고, 두 사람 다 그대로 따르기로 한 상태였다.
소희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구택을 바라보았다.
“난 아픈 게 무섭지 않아.”
연희는 겁이 많지만 아기를 위해 역시 자연분만을 택했다.
그러자 구택은 여전히 설득하려는 목소리였다.
“만약 제왕절개라면 아기가 나랑 같은 날 태어날 수도 있어.”
그 말에 소희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아이가 아빠 생일과 같고 또 결혼기념일과도 겹친다면, 그것만큼 특별한 인연도 없을 터였다.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생각 좀 해볼게.”
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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