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76화
유탁준은 서정후에게 공손히 자리를 양보했다.
서정후가 물었다.
“내가 한 말이 심했나?”
유탁준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부끄럽네요. 그동안 어리석게 부모만 따르느라 은혜와 유정이가 많은 고생을 했어요.”
“이번 결혼은 유정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이제는 절대 아이가 억지로 맞추게 두지 않을 거예요. 유정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할 거예요.”
서은혜는 유탁준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신희 사건 이후로, 남편이 정말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늘 유탁준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서정후였지만, 이번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이제야 가장답네.”
유탁준은 그 말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늘 강성의 본가에서 부모의 통제 아래 살며, 유탁준은 단 한 번도 집안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유정이 할아버지가 집안의 어른이고, 최종적인 발언권을 가진 사람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서정후의 말 한마디가 책임감을 일깨웠고 뜻밖의 감동까지 밀려왔다.
서은혜는 남편의 팔을 꼭 끼며 속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날
장의현이 휴가를 내고 강성에 도착했는데 유정의 결혼식에 참석해 들러리를 서기 위해서였다.
오후에 둘은 함께 스파를 받으러 갔고 그때 유정이 미리 일러주듯 말했다.
“서선혁도 돌아왔어. 아마 결혼식에서 마주치게 될 거야.”
이에 의현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곧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괜찮아. 서로 원수지간도 아닌데, 만나면 그냥 친구지.”
“대인배네.”
유정은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의현은 얼굴 관리를 받으며 천장을 바라봤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서선혁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학창 시절의 첫사랑도 아니었고 목숨 걸고 맹세한 연애도 아니었다.
‘그저 잠깐 스쳐 간 인연일 뿐인데, 왜 이토록 잊히지 않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이제는 이미 수많은 사람 속으로 묻혀 버린 지난날의 파문일 뿐이었다.
스파가 끝난 후 백림이 차를 몰고 와 둘을 데리고 넘버 나인으로 향했다.
관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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