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1화
사실 시간이 지루했던 게 아니라, 옆에 백림이 없어서 지루했던 거였다.
백림이 곁에 있으면 지루함조차도 여유로운 시간이 된다.
백림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유정에게 홍차 한 잔을 내밀었다.
유정은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한 모금 마신 뒤 문득 고개를 돌려 물었다.
“혹시 우리가 없어진 걸 누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둘은 방해받지 않기 위해 두 시간 동안 휴대폰을 꺼두기로 약속했었다.
백림이 웃었다.
“네가 말했잖아. 우리가 도망갔다고 생각하겠지.”
“결혼식 전날, 신랑이랑 신부가 같이 도망간다니.”
유정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백림은 유정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어깨에 살짝 고개를 기댔다.
남자는 문득 내일을 떠올리며 지금 이 오후가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물었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힘들게 하진 않았어?”
햇살은 따뜻하게 내려앉았고 졸음이 올 정도로 나른했다.
유정은 기지개 켜듯 느릿하게 대답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 와서 내가 조씨 종가에서 출가해야 한다고 했어. 근데 외할아버지가 듣고는 바로 단호하게 거절했지.”
“그리고 삼촌, 숙모는 우리가 결혼 날짜 잡은 이후로는 얼굴도 못 봤어.”
그 말은 곧 두 집안이 이제는 원수처럼 갈라섰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삼촌에게 청첩장을 보냈다.
웃긴 건, 조엄화 쪽에서는 아무런 답도 없었고 아마도 유정네 집안을 진저리나게 미워하는 것 같았다.
백림은 담담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유신희 남매는 이미 내 손바닥에 있어. 내가 사람을 보내 경고했으니 감히 움직이지 못할 거야.”
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꾸했다.
“결혼식에 와서 소란 피워도 난 두렵지 않아.”
백림은 그녀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눈빛에 어둡고도 단단한 기운을 담았다.
“우리의 결혼식은 반드시 완벽해야 해. 누구도 망칠 수 없어.”
정은 문득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
“조시안이 풀려났다고 들었어.”
백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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