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11화
이에 의현은 문득 서글픔이 몰려오는 걸 느꼈고 유정은 소파에 기대 여자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
“지금 분위기 좋잖아. 그냥 밀어붙여 보는 거 어때?”
의현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분위기? 이긴 것도 없는데.”
혹여 잘못 판단해, 상대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줄 알고 무모하게 쫓아갔다가 숨어 있던 적에게 순식간에 포위돼 끝내 당해 버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만약 자신이 손을 놓아준 덕분에 선혁이 마음의 부담 없이 편히 다가올 수 있는 거라면, 더욱 움직여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윽고 사람들이 신혼부부에게 축가를 헌정한다며 합창곡을 골랐다.
선혁은 노래를 잘했고 현영도 자원했다.
그러나 선혁이 갑자기 노래를 끊었다.
“이 곡은 신랑한테 더 어울려. 내가 혼자 부를게. 현영이는 다음 곡에.”
이에 현영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뒤쪽에 앉았다.
선혁은 넓은 대리석 탁자 위에 걸터앉아 화면을 보며, 반주 맞춰 노래를 시작했다.
“헤이, 맞은편에 있는 그 여자
이 밤은 깊어져 가는데 커피는 아직 식지 않았는지”
...
백림의 목소리가 낮고 묵직하다면, 선혁의 목소리는 한층 더 넓고 자유로웠다.
터지듯 울려 퍼지는 음색은 남자의 성격처럼 호방했고, 시작부터 사람들의 귀를 단단히 사로잡았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내 방랑스런 영혼이
무심코 네 마음을 아프게 한 걸”
“만약 다시 기회가 있다면
널 끝없이 사랑하는 길로 달려가겠어”
...
의현은 무심결에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선혁의 눈빛은 제멋대로 같으면서도 표정만큼은 진지했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환호에도 흔들리지 않고 노래에 몰입한 모습이었다.
의현은 유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 곡, 진짜 네 남편한테 딱 어울리네.”
그러자 유정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
“나는 오히려 선혁이가 너한테 부르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의현의 미소가 순간 굳었다가 고개를 돌려 선혁을 보았는데, 곧 고개를 저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럴 리 없어.”
마지막 부분, 선혁은 목청을 다해 절절한 감정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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